[단독] "다른 당 후보와 비교"…한동훈식 공천, '가상 대결' 넣었다

국민의힘 경쟁력 여론조사 문항 신설
사진=뉴스1
국민의힘의 후보별 경쟁력 여론조사 문항에 상대당 후보와의 경쟁력을 비교하는 문항이 추가됐다. 당내 선호도 뿐 아니라 경선 이후 경쟁력을 미리 파악하겠다는 취지다. '이기는 공천'을 내건 한동훈 식 공천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후보별 경쟁력을 측정하는 여론조사에서는 기존과 다른 문항이 생겼다. 4월 총선과 관련한 질문 중 '다음 인물들이 출마한다면 누가 더 낫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이 더해진 것이다. 이 같은 문항은 지난 21대 총선 당시만 하더라도 지지 정당과 지지 후보를 선택하던 방식으로 진행됐었다.구체적으로 설문은 양자택일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역구 출마자들의 이름, 정당, 이력을 소개한 후 이 인물을 선택할 시 1번을, 다른 정당 또는 무소속 후보를 선택한다면 2번을 고르도록 한다. 출마자들은 한 명씩 다른 정당과 무소속 후보와 비교된다. 다만 상대당 후보들의 구체적인 이력과 이름은 소개가 되지 않았다.

여당 고위관계자는 "같은 당끼리 하면 인지도가 높은 게 무조건 유리하기 때문에 본선 경쟁력을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이를 고려한 문항으로 구성했다"며 "'이기는 공천'이라는 기조하에 새로운 문항을 넣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경쟁력 문항'의 추가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공천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고 해석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 위원장의 공천 중 가장 특징 중 하나가 경쟁력"이라며 "새로운 질문지는 대통령실 출신, 여당 중진들을 다 포괄해 경쟁력 있는 후보가 누군지 파악하고 그 사람을 중심으로 이기는 공천을 하겠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다만 당내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지역별로 사정이 다른데 '상대당 후보 대비 경쟁력'으로만 경쟁력을 측정하는 것은 어렵다"며 "수도권에서는 의미가 있겠지만 부산·경남(PK) 등에서는 어차피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열세"라고 했다.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경쟁력 문항이 추가된 것은 맞지만 민주당의 후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 노이즈(잡음)가 많이 낄 수 있다"며 "경쟁력을 제대로 측정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공관위는 이날부터 오는 8일까지 후보별 경쟁력 여론조사도 실시한다. 앞서 공관위는 지난달 22일부터 4일간 현역 '컷오프'에 최고 비중(40%)을 차지하는 여론조사를 처음 실시한 바 있다.

박주연/정소람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