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 참여하면 2만원…'문자메시지 피싱'에 실제 응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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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으로 꾀더니 텔레그램 초대…26만∼2천840만원 선입금 유도
30% 수익 보장 유혹에…207명 모인 단체방서 너도나도 '송금 인증'
경찰 "큰돈 받고 잠적하는 사기 수법…결코 돈은 쉽게 벌 수 없다"
지난 4일 오후 기자의 '라인'(LINE·사회관계망서비스)으로 도착한 의문의 메시지.
'정말 2만원을 받을 수 있나' 싶어서 연결해봤다.메시지를 보낸 인물은 자신을 영화 설문 조사를 하는 조사관이라고 소개했다.
대뜸 영화와 관련한 3가지 질문에 A, B, C, D로 답하면 포상금으로 2만원을 준다고 했다.
피싱(Phishing) 사기 냄새가 물씬 풍기긴 했지만, 다소 '신박한' 수법이어서 답변했더니 진짜 돈을 준단다.그는 은행명과 계좌번호를 요구했다.
이 2가지 정보로만 할 수 있는 사기는 거의 없으니 흔쾌히 보내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혁'이라는 이름으로 진짜 2만원이 입금됐다.대포통장이겠거니 했다.
그는 "더 많은 작업을 계속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외국인이 한국말을 하듯 '어색하고 딱딱한' 영어 번역체 한국어였다."계속하겠다"고 했더니 낯선 아이디를 알려주고 텔레그램으로 안내했다.
텔레그램에 접속해 이 아이디를 검색하니 '박애임'씨가 나왔다.
그에게 '설문 조사 더 하고 싶다'며 말을 걸었다.
웬걸. 말만 걸었는데 3만원을 또 준단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진짜로 3만원이 입금됐다.
이어 '박애임'씨는 아까처럼 설문에 응답하면 5만원을 더 준다고 했다.
순간 살짝 설렜다.
이렇게 사기에 말려드는구나 싶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의 설명을 들었다.
개요는 이렇다.
그가 초대하는 단체방에 들어가면 20분마다 1개의 설문 문항이 올라오는데, 이 문항에 A, B, C, D로 응답하고 이를 스크린샷(화면 갈무리)으로 찍어 자신에게 보여주면 건당 5천원을 준다는 것이다.
박애임씨는 207명이 모인 단체방에 기자를 초대했다.
정말로 영화 설문 문항이 올라왔고, 문항에 답한 화면을 박씨에게 보내줬다.
5천원이 적립됐고 5만원이 되면 정산해준다고 했다.
'영화 사전 예매 시스템'이었다.
사전 예매권을 구입하면, 그러니까 돈을 입금하면 30%의 수익 붙여서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최소 26만원부터 최대 2천840만원까지 금액대는 8가지로 나뉘어 있었다.
최대 금액인 2천840만원을 입금하면 30%에 해당하는 852만원을 붙여서 3천692만원으로 돌려준다는 거다.
이게 사기구나 싶었다.
단체방의 참여자들은 벌떼같이 달려들더니 '영화 사전 예매에 참여하겠다'며 너나 할 것 없이 송금 인증사진을 올렸다.
겉핥기 수준의 체험만 할 수는 없어 기자도 큰맘 먹고 한 발짝 더 들어가기로 했다.
피땀 흘려 번 돈 26만원을 박애임씨가 알려준 계좌로 입금했다.
피싱 사기단과 계좌로 돈을 주고받는 행위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경찰, 변호사의 조언도 받았다.
처음에는 "이 돈 날려도 괜찮다"는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심장이 요동쳤다.
내 돈은….
박애임씨는 선심 쓰듯 '사전 예매에 성공했다'며 축하했다.
그러더니 "공식 영화 평론가 계정을 등록해야 한다"면서 수상한 인터넷 주소를 줬다.
'김안쥔'이라는 사람도 소개해줬다.
이후 절차는 그에게 들으라는 것이다.
그토록 다정했던 박애임씨의 말이 갑자기 차갑게 느껴졌다.
김안쥔씨에게 말을 걸자 "알려준 인터넷 주소에 접속해 트래픽을 늘리라"고 했다.
5분 정도 걸리는 아주 간단한 절차였다.
다 끝내고 나니 정말로 33만8천원이 입금됐다.
수익은 정확히 30%, 7만8천원이었다.
내 돈을 찾았다는 안도감과 큰 수익(7만8천원)을 얻었다는 뿌듯함이 교차했다.
하지만 두 번은 절대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만약 큰돈을 보내고 수익은커녕 원금도 돌려받지 못한 상황이 닥친다면 눈앞이 캄캄할 듯하다.
영화 설문에 참여하고 받는 돈이 5천원에서 1만2천500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래저래 받는 돈을 생각하면 정말 '일반인은 알면서도 속겠구나' 싶었다.
영화 설문에 꼬박꼬박 응하면서 수익을 챙기던 찰나 박애임씨는 속이 탔는지 자꾸만 영화 사전 예매 참여를 권했다.
싫다고 했다.
그러자 돌변한 박씨는 "영화 설문 적립금을 1만2천500원에서 100원으로 낮추겠다"고 했다.
그러라고 하고 텔레그램 방을 나왔다.
기자의 짧은 피싱 사기 체험기는 그렇게 강제로 막을 내렸다.
텔레그램 단체방을 나오기 직전까지 사람들은 영화 사전 예매 공지글에 열광하면서 송금 인증사진을 계속해서 올리고 있었다.
피해자 모임을 결성하자는 글부터 2천만원을 잃었다는 하소연까지 다양했다.
전국적으로 피해자가 우후죽순 나오고 있다.
이 사건의 '책임 관서'로 지정된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2건의 사건을 접수해 수사 중이다.
인터넷에 피해 호소 글이 많기는 하지만 정작 접수된 사건은 아직 많지 않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일산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사기라는 느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절대 돈을 보내서는 안 된다"며 "큰돈을 받고 나서 잠적하는, 리딩방과 거의 유사한 사기 수법"이라고 강조했다.이어 "결코 돈은 쉽게 벌 수 없다"며 "피해를 봤다면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30% 수익 보장 유혹에…207명 모인 단체방서 너도나도 '송금 인증'
경찰 "큰돈 받고 잠적하는 사기 수법…결코 돈은 쉽게 벌 수 없다"
지난 4일 오후 기자의 '라인'(LINE·사회관계망서비스)으로 도착한 의문의 메시지.
'정말 2만원을 받을 수 있나' 싶어서 연결해봤다.메시지를 보낸 인물은 자신을 영화 설문 조사를 하는 조사관이라고 소개했다.
대뜸 영화와 관련한 3가지 질문에 A, B, C, D로 답하면 포상금으로 2만원을 준다고 했다.
피싱(Phishing) 사기 냄새가 물씬 풍기긴 했지만, 다소 '신박한' 수법이어서 답변했더니 진짜 돈을 준단다.그는 은행명과 계좌번호를 요구했다.
이 2가지 정보로만 할 수 있는 사기는 거의 없으니 흔쾌히 보내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혁'이라는 이름으로 진짜 2만원이 입금됐다.대포통장이겠거니 했다.
그는 "더 많은 작업을 계속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외국인이 한국말을 하듯 '어색하고 딱딱한' 영어 번역체 한국어였다."계속하겠다"고 했더니 낯선 아이디를 알려주고 텔레그램으로 안내했다.
텔레그램에 접속해 이 아이디를 검색하니 '박애임'씨가 나왔다.
그에게 '설문 조사 더 하고 싶다'며 말을 걸었다.
웬걸. 말만 걸었는데 3만원을 또 준단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진짜로 3만원이 입금됐다.
이어 '박애임'씨는 아까처럼 설문에 응답하면 5만원을 더 준다고 했다.
순간 살짝 설렜다.
이렇게 사기에 말려드는구나 싶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의 설명을 들었다.
개요는 이렇다.
그가 초대하는 단체방에 들어가면 20분마다 1개의 설문 문항이 올라오는데, 이 문항에 A, B, C, D로 응답하고 이를 스크린샷(화면 갈무리)으로 찍어 자신에게 보여주면 건당 5천원을 준다는 것이다.
박애임씨는 207명이 모인 단체방에 기자를 초대했다.
정말로 영화 설문 문항이 올라왔고, 문항에 답한 화면을 박씨에게 보내줬다.
5천원이 적립됐고 5만원이 되면 정산해준다고 했다.
'영화 사전 예매 시스템'이었다.
사전 예매권을 구입하면, 그러니까 돈을 입금하면 30%의 수익 붙여서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최소 26만원부터 최대 2천840만원까지 금액대는 8가지로 나뉘어 있었다.
최대 금액인 2천840만원을 입금하면 30%에 해당하는 852만원을 붙여서 3천692만원으로 돌려준다는 거다.
이게 사기구나 싶었다.
단체방의 참여자들은 벌떼같이 달려들더니 '영화 사전 예매에 참여하겠다'며 너나 할 것 없이 송금 인증사진을 올렸다.
겉핥기 수준의 체험만 할 수는 없어 기자도 큰맘 먹고 한 발짝 더 들어가기로 했다.
피땀 흘려 번 돈 26만원을 박애임씨가 알려준 계좌로 입금했다.
피싱 사기단과 계좌로 돈을 주고받는 행위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경찰, 변호사의 조언도 받았다.
처음에는 "이 돈 날려도 괜찮다"는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심장이 요동쳤다.
내 돈은….
박애임씨는 선심 쓰듯 '사전 예매에 성공했다'며 축하했다.
그러더니 "공식 영화 평론가 계정을 등록해야 한다"면서 수상한 인터넷 주소를 줬다.
'김안쥔'이라는 사람도 소개해줬다.
이후 절차는 그에게 들으라는 것이다.
그토록 다정했던 박애임씨의 말이 갑자기 차갑게 느껴졌다.
김안쥔씨에게 말을 걸자 "알려준 인터넷 주소에 접속해 트래픽을 늘리라"고 했다.
5분 정도 걸리는 아주 간단한 절차였다.
다 끝내고 나니 정말로 33만8천원이 입금됐다.
수익은 정확히 30%, 7만8천원이었다.
내 돈을 찾았다는 안도감과 큰 수익(7만8천원)을 얻었다는 뿌듯함이 교차했다.
하지만 두 번은 절대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만약 큰돈을 보내고 수익은커녕 원금도 돌려받지 못한 상황이 닥친다면 눈앞이 캄캄할 듯하다.
영화 설문에 참여하고 받는 돈이 5천원에서 1만2천500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래저래 받는 돈을 생각하면 정말 '일반인은 알면서도 속겠구나' 싶었다.
영화 설문에 꼬박꼬박 응하면서 수익을 챙기던 찰나 박애임씨는 속이 탔는지 자꾸만 영화 사전 예매 참여를 권했다.
싫다고 했다.
그러자 돌변한 박씨는 "영화 설문 적립금을 1만2천500원에서 100원으로 낮추겠다"고 했다.
그러라고 하고 텔레그램 방을 나왔다.
기자의 짧은 피싱 사기 체험기는 그렇게 강제로 막을 내렸다.
텔레그램 단체방을 나오기 직전까지 사람들은 영화 사전 예매 공지글에 열광하면서 송금 인증사진을 계속해서 올리고 있었다.
피해자 모임을 결성하자는 글부터 2천만원을 잃었다는 하소연까지 다양했다.
전국적으로 피해자가 우후죽순 나오고 있다.
이 사건의 '책임 관서'로 지정된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2건의 사건을 접수해 수사 중이다.
인터넷에 피해 호소 글이 많기는 하지만 정작 접수된 사건은 아직 많지 않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일산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사기라는 느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절대 돈을 보내서는 안 된다"며 "큰돈을 받고 나서 잠적하는, 리딩방과 거의 유사한 사기 수법"이라고 강조했다.이어 "결코 돈은 쉽게 벌 수 없다"며 "피해를 봤다면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