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가스 강자 원익머트 "그린수소 승부수"

한정욱 원익머트리얼즈 대표

반도체용 특수가스 국내 1위
텍사스에 법인 세워 해외 공략

암모니아서 그린수소 추출
KIST와 장비 개발해 실증
“경쟁사가 따라오지 못할 반도체용 특수가스 혼합 기술을 토대로 미래 수소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쥘 겁니다.”
국내 1위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특수가스 제조업체인 원익머트리얼즈의 한정욱 대표는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순도 정제 기술과 오차 분석 기술력이 우리의 강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반도체·디스플레이용 가스를 공급하는 이 회사는 연매출 5812억원(2022년)을 올리는 코스닥시장 상장사다.한 대표는 “반도체용 산업가스는 순도 99.999%로 정제하는 게 중요한데 99.998%가 나올 경우 왜 그런지, 뭘 바꿔야 하는지 등을 분석하는 기술력이 가스제조업체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순도가 왜 달라졌는지 빨리 원인을 파악해야 수율이 올라가고 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이어 “원익머트리얼즈는 정제기술은 기본이고 혼합가스 비율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기술, 신규 합성가스 제조기술 등을 두루 갖춘 회사”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2006년 12월 원익IPS(옛 아토) 특수가스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됐다. 2022년 기준 56개 특허를 냈고 100여 종의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이 특수가스는 반도체, LCD(액정표시장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LED(발광다이오드), 태양전지 등을 제조할 때 쓰인다. 반도체산업 초창기엔 전량 수입하던 것을 2003년 원익머트리얼즈가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한 대표는 올해 전략으로 “생산효율을 높이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강화, 저탄소용 산업가스 개발 등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올해는 지난해보다 두 배 많은 200억원을 R&D에 투자한다. 그는 “매년 100억원 이상을 기술 개발에 투입한다”며 “핵심 기술을 선제 확보해야만 미래 반도체산업 경쟁에서도 우위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해외 사업 확장도 올해 본격 추진한다. 미국 텍사스에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특수가스 제조시설 부지를 확보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는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크래킹)에 주력하고 있다. 2014년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8년여 동안 공동 연구해 하루 500㎏의 수소를 추출하는 장비를 개발했다. 충북 충주 메가폴리스산업단지 내 그린수소산업 규제자유특구에서 이 사업의 안전성과 상업성을 테스트하는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수소 500㎏은 승용차 10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암모니아 수소 추출 방식은 분리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아 친환경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향후 트램, 지게차, 열차, 선박 등 수소모빌리티산업 발전을 위해 이곳에서 안전성 실증사업을 하고 안전기준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한 대표는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엔 가격 하락과 재고 증가로 생산량이 감소했지만 올해는 그 재고가 다 소진되고 수요도 조금씩 늘고 있다”며 “자연히 가격이 올라가면서 하반기부터는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증권가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원익머트리얼즈는 영업이익 572억원으로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며 “높은 현금 보유액, 낮은 차입금 비중 등으로 신규사업 확대 및 기업 인수합병도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