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노디스크, 다이어트약 호황에 '위탁생산 2위' 22조원에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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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고비·오젬픽 판매량 증가에 투자 확대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세계 2위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인 카탈런트를 품었다. 체중감량제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맞춰 자사 제품 웨고비와 오젬픽의 생산 역량을 늘리기 위한 투자다.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3.6% 올랐다.
올 들어 웨고비 처방량 美서 148% 증가
WSJ "많은 제약사가 위탁" 이례적 평가
JP모간 "긍정적" 평가…주가 3.6% 상승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는 모회사 노보홀딩스가 5일(현지시간) 카탈런트 주식을 115억달러(약 15조3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거래가 성사되면 노보홀딩스는 이탈리아 아나그니, 벨기에 브뤼셀, 미국 인디애나주에 있는 카탈런트의 제조 시설 3곳을 노보노디스크에 110억달러에 매각한다. 부채를 포함한 총 인수금액은 165억달러(약 22조원)에 달한다. 카탈런트는 3개 시설에 미국 시장용 웨고비의 충전 시설을 설치해 의약품을 용기에 채워넣는 작업을 맡는 등 노보노디스크와 긴밀히 협력해왔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번 인수가 더 많은 당뇨병 및 비만환자에게 치료제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라스 프루에르가르드 요르겐센 노보노디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인수는 이미 진행 중인 활성 원료 의약품 시설에 대한 상당한 투자를 보완한다"라며 "기존 공급망에 전략적 유연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노보홀딩스는 올해 말까지 인수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를 통한 충전 용량 증가 효과는 2026년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카탈런트는 2022년 전세계 CDMO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2.2%를 기록하며 스위스 론자(20.7%)의 뒤를 잇고 있다. 전세계에 50개 이상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43억달러(5조7000억원)를 거뒀다. 작년 미국 의약품 규제당국이 카탈런트 생산 공장에서 품질관리 결함을 발견한 뒤 주가가 하락하자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회사 지분을 일부 인수하며 주가 인상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번 인수는 비용 절감을 위해 위탁생산 절차를 외주화하는 최근 제약업계 추세에 비춰 봤을 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WSJ은 "제약 회사가 제조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위탁 제조업체를 전면 인수하는 경우가 매일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근 몇년 간 많은 제약사가 비용을 통제하기 위해 마진을 개선하기 위해 위탁 제조업체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시에 이러한 추세에 역행할 정도로 체중감량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해석도 나온다. JP모간체이스에 따르면 올해 미국 내 주간 평균 웨고비와 오젬픽 처방량은 전년 대비 각각 148%, 43% 증가했다. 모건스탠리는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를 지난해 24억달러(약 3조2000억원)에서 2030년 540억달러(약 71조8500억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간은 이번 인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노보노디스크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유지했다. JP모간은 "3개 충전 마감 공장을 인수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매우 합리적"이라며 "현재 주당순이익 예측치에 약간의 비용(5% 희석)만 들이고도 웨고비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인수 자금을 대부분 부채로 조달해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성장률 감소 폭이 10%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덴마크 증시에서 3.6% 오른 809.8덴마크크로네에 거래를 마쳤다.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체중감량제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힘입어 지난해 48.2% 상승했고 올해 들어서는 16.1% 상승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9월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HM)를 제치고 유럽 증시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