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초상화에 담은 현대인의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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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노 고레히코 개인전 '초상화'히노 코레히코(48)의 작품 속 인물들은 기괴하다. 과장되게 크게 뜬 눈에는 초점이 없고, 감정이 사라진 표정은 마치 큰 충격을 받아 정신을 잃기 직전인 듯한 느낌을 준다. 자세도 마네킹처럼 부자연스럽다. 반면 배경은 묘하게 밝은 분위기다. 그래서 한때 한국 인터넷상에서는 그의 작품 이미지가 ‘기분 이상해지는 일본 작가 그림’이라는 제목으로 돌아다닌 적도 있다.
이처럼 독특한 그의 작품이 지금 서울 소공로 금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PORTRAITS(초상화)’에 20여점 나와 있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겪는 불안과 공허함, 걱정, 공포를 상징한다. 이는 사회의 발전과 기술의 진보를 뜻하는 밝은 배경과 대비를 이루며 기괴함을 더한다. 그림 그리는 방식도 독특하다. 작가 자신이 직접 초상화의 모델이 된다. 가발을 쓰고 포즈를 취한 뒤 스스로 사진을 찍고, 이를 보면서 그림을 그리는 식이다. 특이한 방식과 구도 및 구성, 섬세한 터치와 세밀한 표현력 덕분에 작품이 풍기는 이질적인 분위기는 한층 더 강해졌다. 전시는 2월 20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