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자녀 양자로 받아들인 아버지…막막한 일 터졌다" [법알못]

친자녀 아니어도 유류분 청구할 수 있을까

법률상 양자 인정, 양부모에 대한 상속권 생겨
"친양자도 상속권 주장 가능한 직계비속"
재혼 가정 상대방 배우자 자녀는 상속권 없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버지가 사망한 친구의 자녀를 양자로 받아들였습니다. 문제는 아버지가 최근 돌아가시기 전 저에게 재산을 증여했는데 양자로 키워준 사람이 유류분을 청구했다는 겁니다. 양자라고는 하나 친자녀도 아닌데 유류분을 요구해 막막기만 합니다."

재산 상속을 둘러싼 친자와 양자 간 분쟁 사례 중 하나다. 본래 혈연관계에 있는 상속인들이 양자나 친양자의 상속권을 거부하면서 상속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양자란 자연적인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법률이 혈연관계가 있는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문제는 양자도 친자녀와 마찬가지로 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생물학적인 친자가 아니더라도, 법률상 자녀로 인정된다면 상속권은 물론 유류분까지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유류분 청구 소송'은 사망자의 유언에 따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를 상대로 나머지 상속자들이 유류분 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을 말한다.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 기간은 짧으면 2개월, 길게는 2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법에는 피상속인(사망자)의 1순위 상속인을 직계비속, 즉 자녀로 규정하고 있다. 법률에서 말하는 직계비속은 꼭 자연적인 혈연관계만 의미하는 건 아니다. 법정혈족(양자)도 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는 직계비속 범위에 속하기 때문.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양부모가 사망했을 때 양자 역시 1순위 상속권자가 되고, 본래 친생자까지 있던 가정에서는 친생자와 양자가 공동 상속권자가 된다"며 "양부모 사이에 친생자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양자가 단독상속인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양자인 사람의 친부모가 존재한다면 양자는 양부모와 친부모가 사망했을 때 양쪽 부모의 상속권을 모두 주장할 수 있다. 양자와 더불어 친양자 역시 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는 법정혈족 중 하나다. 비록 부부 사이에서 자연적으로 낳은 친생자는 아니지만, 법률상 친자관계로 인정받은 직계비속이어서다.

이런 탓에 친양자는 양자와 큰 틀에서 보면 비슷하다고 볼 수 있으나, 친양자의 법률상 조건이 양자보다 까다로운 데다, 오히려 친생자 특징에 더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양자는 양친과 양자 간 동의만 있다면 법률적인 성립이 어렵지 않지만, 친양자는 친양자 본인이 미성년자여야만 가능하고 반드시 친양자 쪽 친생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단 친양자의 친생부모가 동의받을 수 없는 친권상실의 선고나 그 밖에 부재 사유가 있다면 예외 적용을 받는다.

엄 변호사는 "친양자가 되는 조건이 까다로운 이유는 친생부모와 관계나 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양자와 달리 친양자는 양부모의 성을 따르게 된다"며 "심지어 친양자로 성립이 되는 즉시 친양자의 친생부모와는 법률적인 관계가 완전히 끊어지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혼으로 인해 맺어진 계모나 계부 사이의 자녀들은 상속이나 유류분권을 주장할 수 있는 자격이 될까. 재혼은 초혼과 마찬가지로 재혼으로 맺어진 배우자 간에는 법률상 상속권이 존재한다. 어느 한쪽 배우자가 사망한다면 생존한 배우자에게 상속권이 생긴다는 뜻이다. 반면 자녀들은 한쪽 배우자의 친자냐 아니냐에 따라 상속권 발생 여부가 달라진다.

이와 관련, 엄 변호사는 "재혼 가정에서 남편 쪽에는 자녀가 있었고 아내 쪽에는 자녀가 없었다면, 남편 쪽 자녀는 추후 친아버지가 사망했을 때만 상속권이 생긴다"며 "반면 재혼한 남편 쪽 자녀는 계모가 사망한다면 자신을 낳은 친모가 아니기에 상속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