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에도 SK이노 '내리막'…증권가 "배터리 가치 '글쎄'"

자사주 소각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본업인 석유·화학 부문이 부진한 데다 신사업 마저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서다. 삼성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가치를 '0(제로)'으로 평가했다.

6일 SK이노베이션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4.96% 떨어진 12만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약 80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하면서 오름세로 개장했지만 이내 하락 전환했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3% 이상 급락했다.SK이노베이션이 자사주 소각에 나선 것은 2011년 출범 이후 처음이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 만큼 강력한 주가 부양책으로 꼽힌다. 자본금을 줄여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도 개선된다. 최근 기아와 삼성물산은 공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에 힙입어 주가가 큰폭으로 상승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부진한 실적을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90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4%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선제적인 자사주 소각으로 시장 충격을 줄이고자 했지만 성장성을 부각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로 본업인 석유·화학 부문이 부진했다. 신사업인 배터리 사업 자회사 SK온도 아직 적자 상태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사업의 이익 창출 능력에 의구심이 든다"며 사업 가치를 기존 5조3000억원에서 0으로 깎았다.소액주주 사이에서는 "자사주 소각할 여력이 있으면 유상증자를 왜 했냐" "증권사만 좋은 일 했네" 등의 원성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 투자비 조달을 위해 지난해 9월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당시 주주들은 회사 운영자금을 주주에게 조달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월 증권사 8곳이 SK이노베이션의 목표가를 낮췄다. DB금융투자는 21만6469원에서 15만5000원으로 28.40% 낮춰 가장 큰폭으로 조정했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