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시설에 투자했더니 성적이 올랐다…주변 집값도?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사진=연합뉴스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좋은 학교가 있는 지역에 살고 싶어한다. 자녀에게 더 수준 높은 교육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은 집값이 비싸다. 주택 공급은 한정적인데 수요는 넘쳐나서다. 서울과 강남 8학군의 비싼 집값도 상당부분 '좋은 학교(또는 학원)'의 입지에 기인한다.

좋은 학교의 정의는 사실 다양하다. 주로는 입시 또는 취업 결과가 좋은 학교가 꼽힌다. 실제로 시설이 좋은 학교도 있다. 겉만 번지르르할 수도 있지만 시설이 좋아지면 학업 성취도도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미국경제연구소는 최근 '미국 전역의 학교 자본 투자의 효과와 효율성(What Works and for Whom? Effectiveness and Efficiency of School Capital Investments Across the U.S.)'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내놨다.

바버라 비아시 미국 예일대 교수 등은 이 논문에서 학교 시설 투자가 학업 성취와 주변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평균적으로 학교에 대한 시설 투자는 시험 점수와 주택 가격을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어떤 시설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상승하는 항목이 달라졌다. 난방, 환기, 공기조절 등 기초 인프라 시설을 확충한 경우에는 학생들의 성적이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반면 주택 가격을 상승시키는 유의미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반면 운동장 등 체육 시설에 관한 투자는 이와 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주택 가격은 상승했지만 학생들의 시험 점수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체육 시설을 지역 주민 등이 사용하면서 시설의 수혜를 누리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어떤 학교에 시설 투자를 하느냐도 효과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지위에 놓인 학생이 많은 지역에서 집행된 투자일수록 학업성취도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기존에 투자가 적었던 지역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한계수익 체감의 법칙이 작용했지만 이같은 영향을 통제한 후에도 유사한 결과가 도출됐다.

비아시 교수는 "정책입안자들이 학교 시설 투자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투자 항목과 수혜자에 대해 고려해야한다"며 "학교 간 시설 투자 규모의 차이를 줄이면서 추가적인 자금을 기초 인프라에 투자할 경우 지역 간 시험 점수의 격차를 최대 25%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국가의 규모가 다른 미국의 사례를 한국에 곧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입시제도도 다르고, 인구 밀도도 차이가 크다. 하지만 낙후한 지역의 학교에 대한 시설 투자를 늘리는 것이 학업 성취도 상승을 이끌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할만하다. 시설투자가 학업성취도 격차를 줄일 수 있다면 학업 때문에 특정 지역으로 몰리는 현상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육정책입안자도 이런 연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필요가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