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은 피바람 약자?…'찬밥신세' 된 코스닥 개미들 '멘붕'

정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예고 후
코스피 6% 오르고, 코스닥 3% 하락

"정책 확정 전 저PBR 테마 지속 전망"
"발표 후엔 재료 소멸 가능성도"
사진=게티이미지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는 등 국내 증시에서 코스닥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앞두고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로의 쏠림 현상이 강화된 탓이다. 일부 코스닥 투자자들 사이에선 'PBR'이 '피바람'의 약자가 아니냐는 등의 우는 소리도 잇따랐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달 18일부터 전날까지 코스피지수는 5.76% 상승한 반면 이 기간 코스닥 지수는 3.12% 하락했다. 양대 지수의 격차가 이같이 벌어진 건 정부가 지난 17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PBR 1배 미만의 저평가된 상장사의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유도해 기업가치를 높이게끔 하겠단 취지에서 마련됐다. 대상은 유가증권 시장 종목들에 한정됐다. 이렇게 투자 유인을 높여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하겠단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프로그램에는 상장법인이 주당순자산가치(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주요 투자지표를 비교 공시하고,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기재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길 예정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달 말 발표된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직원이 현대차 주가와 그래프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한경DB
정책 시행 예고 이후 금융, 은행, 보험, 지주, 자동차 등 대표적인 저PBR 업종이 부각됐다. 이중에서도 저PBR 대형주와 가치주로 매수세가 몰렸다. 코스닥 시장에도 저PBR 종목이 있지만, 2차전자·바이오·게임 등 높은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을 받는 성장주가 주로 포진됐다 보니 저평가와는 거리가 있다고 시장이 받아들였단 해석이다.강진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은 전체 20%, 코스피는 60~70%가 PBR 1배 미만 기업으로 , 코스피가 더 저평가됐단 인식이 더 강하다"며 "코스닥은 개인이, 코스피는 외국인·기관 참여도가 높은데, 외국인은 우리나라 증시 저평가가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던 상황에서 정책의 실제 내용과 관계없이 정책 모멘텀 자체로 기대심리가 유입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8일 이후 전날 기준 KRX보험(23.02%)·KRX300금융(16.88%)·KRX은행(16.73%)지수는 거래소가 산출하는 28개 KRX 지수 가운데 각각 수익률 상위 1~3위를 차지했다. KRX자동차(15.49%)와 증권(14.48%) 지수는 각각 수익률 순위 5, 6위에 올랐다. 이들 지수의 수익률 모두 같은 기간 KRX300지수(5.87%)와 코스피지수 상승률(5.76%)을 대폭 웃돌았다.

업종 내 종목 대부분이 코스피에 속했단 점에서 지수는 단기간 급등했다. 정책 수혜가 미치지 못한 코스닥 시장은 약세를 그렸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고금리에 유동성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수급이 저PBR주가 상대적으로 포진된 코스피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코스닥 종목들에 대한 매물 출회가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이 때문에 코스닥 상장사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적용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코스닥 기업 전부가 아닌, 일부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 한해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유가증권시장에만 한정돼 적용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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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선 이달 말 정책 발표 때까지 당분간 저PBR 가치주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순 저PBR주 매수 아이디어는 지난주 주가 폭등 과정에서 소진한 만큼, 이익,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여력 등을 고려해 저PBR 업종 내 선별적인 종목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진혁 연구원은 "3월은 주주총회 시즌이다. 그러다 보면 주총 안건 상에서도 주주환원에 대한 이슈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저PBR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PBR, 높은 시가총액 대비 잉여현금흐름(FCF), 높은 배당성향, 수익률, ROE와 지속성, 낮은 부채비율 등의 기준을 통해 주목할 만한 종목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상승세 보인 종목은 조정 시 매수하거나 아직 주목받지 못한 저평가 종목에 대한 접근이 유효할 것"이라고 짚었다.다만 이달 말 정책 발표 이후 재료 소멸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강 연구원은 "기업들이 내놓은 기업가치 제고안이 밸류에이션으로 연결된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정책 발표 이후 일부 종목은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시간이 지나면 실적도 중요해지고, 반도체나 2차전지 이슈가 부각되면 금방 소외될 수 있는 테마(저PBR)라고 판단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상승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고 덧붙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