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변동성 장세 투자…실적·현금 '두 마리 토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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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

연초 이후로 한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미국 및 일본, 인도 주식시장의 신고가 행진과 달리 한국 주식시장은 상단이 막힌 채 주도주의 변화에 따라 업종별 주가 변동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아무래도 주변국에 비해 주도주의 비중이 작고, 업종 전체의 전반적인 실적 개선이 미흡한 탓이다. 지난달 반도체 업종 중심의 랠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및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종목들이 이끌었으나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의 ‘빅7’ 비중이 50%를 넘나드는 것에 비하면 30%대의 비중으로 낮은 편이다. 그리고 시가총액이 비중이 높아진 2차전지 관련주의 실적 부진으로 하락세를 기록한 것이 주식시장 전체의 상승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주주 친화 정책·주도주 상승 병행 필요

이달 초 시장은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발표 예정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 기대감으로 저PBR(낮은 주가순자산비율) 종목들의 가파른 상승이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반도체 및 성장주 종목들은 하락하면서 코스피지수의 반동 폭은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여전히 부진한 중국경기의 영향을 받는 수출주들의 실적 개선도 미진하다.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업종 전반적인 실적 상승세로 주식시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의 경우에는 이로 인해 주가가 하락할 경우 배당 확대 혹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의 적극적인 주주 친화 정책으로 하락을 막아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전체적인 주식시장은 안정적으로 상승하는 흐름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즉, 주식시장의 하방경직성은 주주 친화 정책으로 막아주고 상승은 당시 주도주들이 이끌어주는 모습이 매우 바람직하다. 애플이 최근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고 탄탄한 하방경직성을 보여주고 있는 이유는 파격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정책이다. 애플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인공지능(AI) 주도주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인한 상승이 나타나니 나스닥지수가 꾸준하게 강세를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정부 주도의 이번 밸류업 정책이 단기적인 정책보다는 내용을 갖추면서 장기적인 정책으로 가야 한다. 주주 친화 정책을 가진 기업들에는 여러 가지 보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맞다. 페널티 성격의 정책은 기업들의 현재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기업들은 단기적인 액션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 페널티 보다는 인센티브 정책이 더 효율적이다.

국내 주식시장은 작년 2차전지 랠리부터 올 초 반도체, AI, 바이오 업종에 이어서 최근 저PBR 종목들의 급등까지 주도주의 교체가 코스피 상승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 특정 주도주의 상승은 지난 주도주의 하락을 만들고 있으며, 상승과 하락 속도가 매우 가파르고 기간이 짧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결국 이러한 주가 반영이 속도가 매우 빠르고, 기간이 짧은 것은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이 매우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빠른 속도로 가공되는 수많은 정보들에는 알짜정보가 있지만 왜곡되거나 틀린 정보가 유통되는 경우도 꽤 많다.맞든 틀리든 단기에 주가가 빠르고 과하게 움직이면 쏠림 현상에 의해 정보의 정확성은 확인되지 않은 채 주가는 이미 급등 혹은 급락해 버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리고 작년 2차전지 주도주들의 상승이 미래 실적이 적게는 3년, 많게는 5년 이상 가치를 끌어오면서 10배씩 상승하는 기업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 기업들을 투자하지 못한 투자자들의 박탈감도 컸을 것이다. 그러면서 이후에 바뀐 주도주들 역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고 실적보다는 모멘텀을 더 중요시 생각하는 시장의 트렌드가 더 강해진 것으로 판단된다.

실적·성장 속도…급등株, 따질 것은 더 많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과정에서 엄청나게 수익을 얻은 투자자들이 있지만, 손실이 큰 투자자들은 훨씬 더 많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 1000억원 기업이 1조원이 되고 그 이후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조 단위의 투자가 필요하다. 주도주들의 큰 상승으로 인해 훨씬 더 많은 자금과 많은 투자자가 참여하게 되고, 이후 고점을 찍고 하락하는 순간 이익을 남긴 투자자들보다 손실이 난 투자자들이 훨씬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면 단기 급등한 모멘텀 투자의 경우에는 얼마나 많은 투자자가 참여를 했는지, 그리고 언론은 얼마나 열광하고 있는지, 그리고 실제 시장에서 바라보는 실적 기대치와 성장 속도를 충족할 수 있는지, 해당 기업이 글로벌 시장과 기업으로써 강한 해자를 가졌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즉 급등한 종목 모멘텀 투자는 훨씬 살펴볼 것이 많다는 점이다.정답은 없지만, 최근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급등한 저PBR 종목들을 살펴보자. 대부분 내수주가 많다. 그리고 실적 모멘텀이 떨어지는 기업이 많다. 물론 그동안 실적이 부진하더라도 워낙 소외되어 지하 5층까지 빠져야 할 주가가 지하 10층까지 하락한 기업들은 제자리로 오는 게 맞다. 그러나 최근 급등 속도를 보면 옥석 가리기보다는 무차별적 상승이 더 큰 것 같다. 이전 주도주들의 하락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무차별적인 따라가기 투자보다는 기존 주도주 중에서 이번 기회에 하락한 기업들을 다시 점검하고 투자하는 게 더 성공 확률이 높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본다. 밸류업 프로그램 기업이 단기 모멘텀에 의해 급등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기업에 대한 본질적인 더 많은 분석이 필요하다.

여전히 내수주의 실적은 소비 부진으로 인해 실적이 부진한 기업이 많고, 가계부채 및 부동산 PF 리스크는 여전히 크게 잠재되어 있다. 지속적인 현금흐름이 있어야 주주환원책을 할 텐데 단순 저PBR 기업이 이 부분을 충족시켜줄지 의문이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무엇일까? 바로 현금이다. 현재 순현금이 많든지 그리고 지금 벌고 있는 돈이 많던지 이 둘 중의 하나는 갖춰야 하고, 최대 주주가 그런 의지를 가졌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결국 저PBR의 본질은 순자산인데, 이 순자산을 단순 공장설비가 커서 현금화 시킬 수 없는 기업들은 주주 친화 정책을 바로 강화하기 어렵다. 반면에 순현금이 많은 기업 중에서, 실적 부진보다는 꾸준한 실적을 내면서 현금이 계속 쌓이는 기업은 최대 주주의 정책만 바꾸면 실행하기는 쉬울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당장에 쉽게 현금을 소진할 것 같지는 않다.

'밸류업' 시장, 한국의 '퀄리티 기업' 찾아라

그러면 결국 원론이 정답이다. 이미 주주 친화 정책을 발표해서 계속 강화하고 있는 기업 중에서 순현금이 충분하고, 투자가 과하지 않고 꾸준한 실적에 의해 향후 순현금흐름 역시 양호한 기업이 옥석 가리기의 대상일 것이다. 이런 기업을 미국에서는 소위 ‘퀄리티 기업’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너무 급등한 경우에는 향후 주주환원책으로 얻는 이익보다는 단기에 주가가 하락해서 손실이 날 확률이 더 높다. 이 경우에는 주가 수준을 보면서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이 옳을 것으로 판단한다. 갑작스럽게 기업이 모든 현금을 다 쓸 순 없기 때문이다.이번 기회를 통해 정책 당국의 합리적인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이 말 그대로 장기적으로 ‘밸류업’ 될 수 있는 정책으로 계속 나아갔으면 한다. 기업들 역시 정부 정책에 맞춰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면서 인센티브 안에 대해서 적극 요구했으면 싶다. 또한 주식시장의 투자자는 이번 기회를 통해서 밸류업 기업들은 언제든지 가치를 주가에 반영시킬 수 있다는 경험을 얻었기 때문에, 향후에는 이러한 정책과 기업들의 액션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주주로써의 요구를 강화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앞선 여러 이유로 인해 밸류업이 저PBR의 상승으로 공식화 시키는 방식의 투자는 위험하다.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은 급성장 및 고PBR 기업이라도 실적성과의 과실과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서 기업가치를 높인다. 기업의 밸류업은 저PBR 기업이 아닌 모든 상장 기업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과제라는 점이 중요하다. 한국 주식 시장 상장기업이 성장기업은 성장의 과실로 주가가 상승하고, 저평가 기업은 주주환원책으로 저평가가 해소되면서, 전반적인 밸류의 디레이팅(평가 절하)이 해소되는 ‘밸류업 주식시장’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