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이자에 나체사진 협박한 '악질 대부업'

불법대부업 30여명 검거
독버섯 금융범죄 기승

보이스피싱, 한번에 거액 털어가
적발 줄어도 1인 피해액은 급증

보험사기도 교묘해지고 조직화
병원·환자 수백명 짠 범죄 잇따라
경남 양산경찰서는 최고 연 2만7375%의 이자율을 적용해 피해자로부터 수백억원을 뜯어낸 불법대부업체 조직원 30여 명을 최근 검거했다. 이들은 2021년 11월부터 작년 10월까지 피해자 598명에게 315억원을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법도 악랄해지고 있다. 30대 피해자 A씨는 인터넷 대출 카페를 통해 급전을 빌렸다가 원리금을 갚지 못하자 과거 다른 대부업체에 돈을 빌리기 위해 제공한 나체 사진이 유포되는 일을 당했다. 대부업체들이 피해자 협박을 위해 나체 사진 등 민감정보와 피해자 신용정보까지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번 걸리면 끝까지 턴다”

불법대부업, 보이스피싱 등 민생 침해 금융범죄는 갈수록 지능화·대형화하는 추세다. 취약한 피해자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악질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이번에 양산경찰서에 적발된 불법대부업자들은 채무자 정보를 공유하면서 다른 대부업자인 것처럼 속이고 광고 문자를 보내는 등 조직적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총책 등 조직원은 대부분 가까운 지인 사이로 세를 불리며 범죄집단을 형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이스피싱 범죄도 고도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이스피싱으로 발생한 1인당 피해액은 작년 상반기에 1600만원으로 2022년 1132만원에서 1.4배 급증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1134만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20년 1288만원, 2021년 1273만원, 2022년 1132만원으로 줄어들다가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났다.전체 보이스피싱 적발 건수는 2019년 7만2488건에서 2022년 2만8619건으로 감소했다. 금감원은 금융사기범들이 취약한 피해자를 포착하면 한 번에 거액을 편취하는 식으로 범행 수단을 바꿔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많은 사람이 잘 속지 않으니 한 번 걸린 사람에게 끝까지 털어먹는다”는 것이다. 한 금융사 앱에서 다른 여러 계좌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오픈뱅킹 등이 활성화한 것도 1인당 피해액이 늘어난 배경으로 꼽힌다.

○보험사기도 전문화

보험료 상승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보험사기 범죄도 전문화·대형화하고 있다. 보험사기는 피해가 보험 가입자 전체에게 돌아갈 수 있어 민생범죄 중 하나로 분류된다. 이날 금감원과 경찰청, 건강보험공단은 병원·브로커가 연계된 보험사기 혐의 사건 3건에 대해 공동 조사·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등에 따르면 한 병원과 환자 200여 명이 공모해 입원하지 않은 환자들을 입원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 뒤 보험금과 요양급여를 편취하다 적발됐다. 이들은 백옥주사 등 미용 주사를 맞고 도수치료를 받은 것처럼 진료 기록을 조작해 실손보험을 청구한 혐의도 받는다. 또 다른 병원과 환자 400여 명은 고가의 주사 치료를 실시하고도 도수치료·체외충격파 시술을 여러 번 받은 것처럼 조작해 보험금을 청구하다가 적발됐다.보험사기 피해액과 적발 인원은 지난해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 기준 적발 금액은 6233억원으로 2022년 상반기 5115억원 대비 21.8% 늘어났다. 상반기 적발액이 6000억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간 전체 적발금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22년(1조818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 인원은 전년 대비 13.4% 늘어난 5만5051명으로 집계됐다.

금감원과 경찰청, 건보공단은 공동 조사협의회를 월 1회 정례화해 보험사기 대응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는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을 초래하는 민생침해 범죄”라며 “관계기관과의 협력 등을 통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최한종/강현우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