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뒤 주식으로 보상"…한화, 그룹 전체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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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제도 개편
'RSU' 全계열사·팀장까지 적용
장기적으로 실적·가치 끌어올려
자사주 매입…주가 부양 효과도
경영 승계 도구 논란에 정면돌파
○역발상 카드 꺼낸 한화그룹
RSU는 주식을 주기로 약정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 지급하는 제도다. 2003년 마이크로소프트를 시작으로 애플,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일본에선 상장사의 31.3%가 RSU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임직원은 주식을 지급받기로 회사와 약정한 후 5~10년 뒤에야 실제 주식을 수령할 수 있다. 퇴사하더라도 약정 기간을 채워야 주식을 받을 수 있다. 한화 관계자는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은 임원들의 ‘먹튀’를 방지하기 어렵지만 RSU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가 성장해야 RSU 가치도 올라가기 때문에 우수 인재의 이탈을 막는 효과도 있다”며 “직원이 원하면 현금으로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백% 현금 성과급’ 사라질까
한화그룹은 ‘RSU를 상속 도구로 활용한다’는 일각의 비판에 시달렸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김 부회장이 받은 RSU는 전체의 1%가량(현금 보상 포함)일 뿐”이라며 “㈜한화의 경우 앞으로 20년 후 주식으로 전환되는 김 부회장의 RSU는 모두 합해도 1% 남짓”이라고 반박했다. ㈜한화는 상속 이슈로 주가가 억눌려 있다고 평가받는 대표적인 저PBR주다. 대주주 일가가 주식으로 성과급을 받는 건 상속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주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라는 게 한화 측 주장이다.실제 RSU는 주주 가치 제고에 일조한다는 분석이 많다. 회사가 RSU를 지급하기 위해 자사주를 대량으로 매입하게 돼 주가 부양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다. 한화 관계자는 “RSU를 실제 지급받을 때 한 번에 주식이 대량 매도돼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50%는 현금으로 지급한다”고 말했다.한화의 ‘역발상 전략’이 경영계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만 해도 성과급 360%가 적다는 이유로 직원들이 전일 트럭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대기업 대부분이 “실적 향상에 따라 성과급을 늘려달라”는 직원들의 불만에 시달리고 있다. LG엔솔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직원들과 만나 성과급 기준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도 갈등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의 이익 잉여금을 임직원들에게 현금으로 보상하는 방식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측면도 있다”며 “RSU를 통한 성과보상제 개편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Restricted Stock Units. 성과 보상을 현금 대신 양도 제한 조건을 붙인 주식으로 하는 제도. 주식을 주기로 약정한 뒤에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실제로 지급하는 게 특징이다. 양도하는 시점을 길게 설정하면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