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차감 좋아요"…수입차 인기 폭발한 곳은 서울 아닌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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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입차 시장 25년 변천사수입차를 사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하차감' 때문이란 말이 있다. 한국의 자동차 회사인 현대자동차·기아가 지난해 세계에서 판매한 차량(730여만대) 기준으로 도요타와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3위에 오른 완성차회사로 올랐지만, 여전히 이 말은 유효하다. 이 때문에 메르세데스벤츠는 특유의 '삼각별' 마크를 점점 더 크게 만들고, BMW는 차키에 로고를 눈에 띄도록 만든다.
1998년 2000대 팔린 수입차 2002년 처음 1만대 판매 돌파
2011년엔 10만대 판매 돌파…지난해엔 전국서 28만여대 팔려
서울 판매 비중은 65%에서 15%로 낮아져
실제로 이 덕분에 한국에서 수입차의 선전은 눈부신다. 선진국에서도 최상위 프리미엄이라는 차들이 길거리에 자주 보이고, 포르쉐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강남 산타페'라고 불린 지 오래다. 이런 문화는 IMF 위기가 있었던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조선업 등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분 중국 특수 바람 덕에 고도 성장을 다시 시작한 2000년 초기부터 수입차는 전국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수입차 판매는 1만대를 돌파해 1만6119대가 팔렸다. 2004년엔 서울에서 판매된 수입차만 1만여대를 넘은 1만368대에 달했다.

그 때부터 수입차 열풍은 본격적으로 전국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수입차가 처음으로 10만대 판매를 넘어선 2011년 전국에서 수입차를 가장 많이 산 곳은 경남이었다. 그해 경남에서 팔린 수입차는 3만4005대로 서울(2만2026대)나 경기(1만8441대)를 훌쩍 넘어섰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당시 조선업과 중공업 경기가 좋아 조선소와 공장들이 몰려 있었고, 공채 매입 등 차량 등록비용이 경남이 싸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경남에서 수입차 판매가 늘었다"고 회상했다. 한해 수입차 판매가 20만대 돌파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4년 뒤인 2015년 전국에서 팔린 수입차는 24만3900대에 달했다.
서울에서 불기 시작한 수입차 바람이 4반세기가 지나면서 오히려 서울에서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수입차를 가장 많이 산 곳은 경기도(5만8320대)였고, 인천(4만4719대)이 뒤를 이었다. 서울에서 팔린 수입차는 4만1865대로 부산(3만5235대)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인구 차이를 감안하면, 인천과 부산이 사실상 수입차를 더 많이 사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