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불꽃 안에서 같은 곳을 바라본 연인 "화산만큼 사랑해"
입력
수정
[arte] 정대건의 소설처럼 영화읽기
천생연분. ‘하늘이 마련하여 준 인연’이라는 뜻이다. ‘사랑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생텍쥐페리의 유명한 말도 있다. 그런 표현들에 몹시 부합하는 커플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있으니 OTT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에서 스트리밍 중인 <화산만큼 사랑해>다. 이 영화의 원제는 <Fire of Love> 즉 ‘사랑의 불꽃’이다.영화가 시작되면 시적인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이 세상에 불이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그 불 안에 두 연인이 살았습니다.” 그리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화산학자 커플,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 카티아와 모리스가 소개된다. 이어지는 오프닝 크레딧과 함께 공동 출연에 마우나로아산, 니라공고산, 크라플라산 그 외 여러 화산들의 이름이 나온다. 그 정도로 화산들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이 다큐멘터리에는 1966년 두 사람의 첫 만남부터 1991년 사망까지 부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수백 시간의 자료 영상과 수천 장의 사진들을 남겼기 때문에 관객들은 93분 동안 엄청난 스펙터클을 체험할 수 있다. 우리가 흔하게 보던 자연의 풍경과는 거리가 멀어서 흡사 다른 우주의 행성을 체험하는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 같다. 이들이 촬영한 풍경들이 CG가 아니라는 사실이 경이롭고 아름답다.
카티아와 모리스는 평생 화산과 사랑에 빠졌다. 화산이 활동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지구 반대편까지도 기꺼이 날아갔고, 세계 각지의 활화산을 함께 탐사하며 위험을 무릅썼다. 시뻘건 용암이 솟구치는 곳에 코앞으로 다가가는 모습, 폭발하고 있는 분화구를 배경으로 촬영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미쳤어……’ 하고 몸이 저릿저릿 반응할 정도다.마치 목숨이 수십 개라도 되는 듯 행동하는 이 커플의 모습은 요즘 시대의 화두인 ‘도파민 중독자’들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한 연구를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카티아와 모리스는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어낸 화산 활동의 처참한 모습을 목격하기도 한다. 그 뒤로 이들은 화산 분화의 위험을 알리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화산 분화의 위험성을 알리고, 예측하고 대피 계획을 세워 희생을 막으려 노력한다. 그리고 이들의 노력 덕분에, 필리핀 정부는 화산 분화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6만 명 가까운 사람들을 대피시켜 피해를 피하게 된다.
시적인 내레이션만큼이나 죽음과 늘 가까이 살았던 커플의 목소리는 사랑에 대한 불꽃으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은 화산과, 함께 화산을 탐구하는 삶의 방식에 너무나 사랑에 빠져서 다른 삶은 상상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 파괴적으로 보이는 자연의 거대한 힘이 어째서 한편으로 아름다워 보일 수도 있는 것인지. 되도록이면 큰 화면으로 감상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