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차리고 '해킹ID'까지…한 달 만에 수억 먹튀한 일당

주민등록증 등 개당 540만원에 매입
보이스피싱 범죄처럼 콜센터 차려
중고거래 플랫폼서 3억여원 빼돌려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자가 명품가방을 구매하기 위해 사진을 요구하자 사기꾼 일당이 연락처 등 거래정보가 담긴 합성사진을 보내고 있다. 독자 제공

콜센터 조직을 꾸린 뒤 당근마켓과 중고나라 등에서 한 달 만에 수억 원 가량을 갈취한 사기 일당이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은 타인의 신분증을 도용하고 해킹한 계정(ID)을 범행에 이용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윤동환)는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피해자 수백명에게 3억여원을 빼돌린 20대 이모 씨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사기·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고가의 명품과 캠핑용품, 전자기기 등 물품을 대량으로 올린 뒤 판매 대금을 받고 잠적하는 식으로 사기를 벌였다. 간단한 사기행각이지만 범죄단체조직을 만들고 전담 업무를 나누는 등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는 점이 특징이다.
당근마켓, 네이버 카페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사기 거래에 이용된 신분증. 독자 제공

이들은 보이스피싱 범죄처럼 콜센터 형태의 사무실을 만들고 구매자들과 통화할 직원 여러 명을 고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콜센터 직원들은 판매 물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한 뒤 구매자와 직접 통화해 돈을 입금하도록 유도하는 업무를 전담했다.판매 게시물을 올리는 직원과 입금된 돈을 인출하는 직원 등 보이스피싱 조직처럼 구성됐다. 또 구매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타인의 신분증을 보여주고 포토샵을 통해 실제로 물건을 가진 것처럼 합성사진을 보내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수사기관은 이들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통장을 만들고 해킹한 네이버와 당근마켓 계정을 사기행각에 활용한 탓에 수사에 혼선을 빚었다. 이들은 주민등록증과 유심칩 등 개인정보를 개당 540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입한 신분증은 주로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자유적금 계좌 수십여 개를 개설하는데 쓰였다. 사용된 계좌가 사기 계좌로 신고되면 또 다른 계좌로 범행을 저질렀다. 자유적금 계좌는 유예 기간 없이 명의 하나로도 무한정 계좌를 만들 수 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