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안 만나도 되니 좋아요"…대학가 '이색 풍경'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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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는 아바타일 때 토론 더 잘해요"…메타버스에 빠진 대학가지난 6일 열린 대전과학기술대 학위수여식. 가상 캠퍼스 정문 앞에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휘날렸다. 광장에 입장하자 오프라인으로 진행 중인 졸업식이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현장에 참석 못한 학생과 가족 아바타들이 중계를 보며 손뼉을 쳤다.
광장 밖 가상 전시관에선 학생들의 졸업전시회가 열렸다. 전시관 안에 들어가니 진열된 작품 수십여개가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화면 전환 후 작품이 확대됐다. 학생들이 CAD로 만든 작품들이다. 관람객들은 전시관을 오가며 자유롭게 감상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
메타버스 캠퍼스 만드는 대학들
메타버스 스타트업 메타캠프의 공유대학 플랫폼 메타버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전국 대학 58곳이 메타버시티에 가상 캠퍼스를 구축했다. 학생들은 메타버스에서 수업을 듣고 친구를 사귀고 과제를 제출한다. 수업을 듣다 궁금한 게 생기면 자신의 아바타 위에 활성화된 AI에 질문한다.울산대 4학년 이나경 씨는 "장소의 제한 없이 수업을 듣고 대학활동을 할 수 있는게 제일 좋다"며 "신입생들이 실제로 교수님을 뵈면 조금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는데 메타버스에선 자유롭게 질문하고 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학생들은 전화로 교수님과 대화하는 것보타 문자나 텍스트로 소통하는 것을 더 편안해한다"고 말했다. 메타버시티에서 열린 수업만 벌써 누적 20만시수를 넘었다. 10대 때부터 이미 가상공간에 익숙한 신입생들이 자연스럽게 가상 캠퍼스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김혜영 대전과기대 교수학습센터장은 "아바타로 활동할 때 질문이나 토론이 더 잘 이뤄지기도 한다"며 "특히 상담 때 학생들이 훨씬 더 쉽게 마음을 연다"고 말했다. 다음달부터는 다른 대학 가상 캠퍼스에서 자유롭게 수업을 듣고 학점을 인정받는 학점공유제도 시작된다.
학령인구 감소 문제 해결할까
대학들이 앞다퉈 가상 캠퍼스를 만들고 있는 건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지역에 있는 대학들은 신입생 확보가 큰 과제다. 메타버스로 수업과 행사를 진행하면 물리적인 이동 부담이 줄어 다른 지역의 학생 유치가 쉬워진다. 오프라인 행사 진행 및 강의실 구축에 드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메타캠프 관계자는 "지역 전문대는 예산이 적어 직접 가상 캠퍼스를 만들기 어렵기 떄문에 공유대학 플랫폼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기업들도 대학들의 디지털전환(DX)에 발맞춰 가상 캠퍼스 구축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대학 전용 메타버스 '유버스'를 통해 연세대와 한국외대 등의 가상 캠퍼스를 만들었다. 실제 캠퍼스와 비슷한 상징적인 건물을 그대로 구현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서강대와 메타버스 캠퍼스 구축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티맥스메타버스는 이달 중 공주대 가상 캠퍼스의 조성을 끝낼 예정이다.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