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참겠어" 손 넣어 벅벅…20대 직장인, 겨울이 두려운 이유 [건강!톡]

실외 활동 줄어드는 겨울철 증상 악화
단순 피부 건조와 다른 면역 질환
무릎, 팔꿈치로 건선 여부 판별
최근엔 바이오 의약품으로 예후 좋아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겨울만 되면 가려워요. 피부가 딱딱하게 굳고 붉어지니까 옷으로 자꾸 가리게 됩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팔꿈치 주변으로 피부 건선 증상을 앓던 2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이번 겨울도 피부 가려움으로 고생하고 있다. 여름에는 호전되다 겨울만 되면 건선 부위가 넓어져 바르는 약과 먹는 약을 달고 산다. 건선은 표피세포의 이상으로 인해 피부세포가 정상 세포보다 빠르게 증식하는 면역 피부 질환이다. 발병 부위에 붉은 반점인 홍반과 하얀 비늘 모양의 각질이 발생한다.

이는 주로 팔꿈치나 무릎에 가장 많이 발병한다. 처음엔 좁쌀 크기의 작은 반점으로 시작하고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그 위로 비듬이나 두꺼운 각질이 덮인다. 가려워 긁게 되면 발병 부위가 더 넓어진다.

건선의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나 유전적 요인이 크다. 유전적으로 피부 면역세포인 T세포의 활동성이 커서 면역 물질이 피부의 각질세포를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질세포의 과잉 증식이 피부를 굳게 하고 염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면역계의 교란으로 일어나는 질병이라 위장 장애를 동반하기도 한다. 문제는 건선이 겉보기에 아토피·건성 습진·색소성 건피증과 같은 피부 건조증 관련 질환과 구분이 어려운 데다, 자가 치료나 민간요법으로 치료하려는 이가 많아 초기에 병원을 찾는 사람이 드물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건선 환자는 15만4399명이지만 대한건선학회는 병원을 찾지 않는 '잠복 환자'가 많아 국내에 150만명 정도의 건선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건선 환자 종아리 부위 병변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건선 진단을 받을 경우 면역억제제와 같은 약물 치료를 시작하게 되는데, 초기에 병원을 방문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생활 습관 관리다. 외부 환경에 따라 증상이 발현하는 정도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겨울철에 유독 건선이 심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건선 환자 중에서 겨울철 건선 증상이 악화하는 이유를 '건조함'으로 생각해 습도 관리에만 집중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의외로 겨울철 건선이 심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외선'이 부족해서다.

자외선은 피부 노화의 주범으로 알려졌지만 건선 환자에겐 이롭다. 자외선이 각질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분화를 촉진하며 항염 작용을 도와 건선의 증상을 완화하기 때문이다. 자외선 B(UV-B)의 311나노미터(nm) 부근의 파장이 세포의 증식을 억제해 건선 증상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백진옥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 치료법 중 자외선을 쬐는 광 치료가 있을 정도로 자외선이 중요하다"며 "옷이 두꺼워 지고 실외 활동이 줄어드는 겨울철엔 피부 자외선이 부족해 건선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건선은 팔꿈치나 무릎의 병변을 보고 판별하는데, 발병 부위가 전신의 10% 이상이면 중증으로 본다"며 "이 경우 바이오 의약품과 같은 생물학적 제제를 이용해 치료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경증 환자라도 때를 미는 등 피부를 인위적으로 자극하는 행위는 삽시간에 건선 부위가 퍼지게 한다"면서 "생활 습관 관리가 중요한 질병"이라고 당부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