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새없이 라이더 들락날락…"배달이 전통시장 살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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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판로 늘리는 전통시장8일 오전 10시 서울 용문동 용문전통시장엔 배달 오토바이가 쉴 새 없이 들락날락했다. 오토바이들이 멈춰선 가게 안에선 쿠팡이츠, 배달의민족, 네이버 등에서 발신한 휴대폰 알람이 잇따라 울렸다. 휴대폰 주인은 김치 가게를 운영하는 김선미 씨(43). 그는 창업 1년 만인 2020년 2월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제한으로 시장을 찾는 소비자가 급감했지만 매출 타격은 거의 없었다. 미리 온라인 판로를 확보한 덕분이었다. 고물가가 지속되는 요즘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매출의 40~50% 정도는 온라인에서 나온다”며 “오히려 배달을 통해 단골이 된 손님이 직접 방문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배민·쿠팡으로 김치 파는 상인
"수익 40~50%는 온라인서 나와
단골 배달손님 직접 방문하기도"
10곳서 산 물건 한 번에 배달 등
서비스 다양화로 젊은층도 유입
○온라인 판로 따라 매출 ‘극과 극’
온라인 판로를 확보해 소비 한파를 이겨내는 전통시장 상인이 늘고 있다. 배경엔 코로나19 이후 보편화한 온라인 쇼핑 트렌드가 있다. 전통시장 등 오프라인 유통시설을 방문하는 소비자 수가 크게 줄며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여기에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층은 갈수록 고령화됐다. 생존을 위해서는 활로를 찾아야 했다. 상인들이 젊은 층을 겨냥해 온라인 접점을 늘리기 시작한 이유다.올해 치솟은 물가는 온라인 판로 여부에 따른 전통시장 상인 간 매출 차이를 더욱 벌리고 있다. 시장의 전통적 소비층인 50대 이상 소비자는 고물가에 아예 발길을 끊거나 소비를 큰 폭으로 줄였다. 반면 젊은 층은 똑같이 온라인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면 백화점, 마트, 전통시장 등 유통 시설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가격이 비싸도 보기 좋은 상품을 찾는 경향도 컸다.이런 젊은 층을 겨냥해 온라인 직접 판매에 나선 상인들도 있다. 서울 가락시장 가락몰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김유남 씨(54)는 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과일을 판매한다. 당초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e커머스를 통해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지만 최근엔 직접 판매 비중이 90%를 넘는다. 입점 수수료 등 현실적인 측면 외에 직접 판매가 다른 가게와의 차별화 가능성도 더 크다고 봤다. 김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한 뒤 매출이 크게 상승했다”며 “과일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선물 세트를 사려는 사람들이 인스타를 통해 보고 주문하기 때문에 판매량은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통시장과 제휴 늘리는 e커머스
전통시장 접점을 늘려가고 있는 e커머스 업계는 이런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소비자에겐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시장 상인들에겐 온라인 판로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배달커머스 ‘배민스토어’에서 전통시장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장 상품을 앱으로 주문하면 2시간 이내에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서울 수유전통시장과 용문전통시장의 정육 청과 수산 반찬 등 45개 점포가 대상이다. 배민은 소비자들이 실제 시장에서 장보는 듯한 느낌을 받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같은 시장 내 여러 가게의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아 한 번에 배달받을 수 있도록 한 이유다.
2019년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는 이미 전국 170여 개 시장의 상점을 확보했다. 쿠팡은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를 통해 135개 시장, 1600여 개 점포를 입점시켰다.e커머스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전통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소비자는 배달 앱을 통해 주차 등 전통시장의 불편한 점을 극복할 수 있고, 상인들은 온라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상점을 확보하기 위해 소상공인 지원도 대폭 늘리고 있다. 입점 수수료를 면제하고 프로모션 비용을 직접 부담하는 게 대표적이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