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에 8만원' 난리더니…컬리서 '완판' 이유 있었다 [양지윤의 왓츠in장바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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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는 싸기만 하다?고물가 시대 탁월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워 장바구니를 공략하던 자체브랜드(PB) 상품들이 이제는 프리미엄화로 상품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리테일 테크기업 컬리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PB가 아닌, '오직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고급 PB를 적극적으로 출시하며 고정 고객층을 확보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컬리의 '취향 맞춤' 고급 PB 전략
10일 리테일 테크기업 컬리에 따르면 지난해 컬리에서 많이 판매된 상품 상위 10개 중 7개가 '컬리 자체 제작 상품'으로 집계됐다. 현재 컬리는 신선식품은 물론 냉동식품, 베이커리,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품목에서 PB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컬리스를 비롯해 KF365(신선식품), KS365(생활용품), PPUL(한우), 엔도스 바이 컬리(건강기능식품), 마이 퍼스트(베이커리), 베러미(샐러드) 등이 있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스페인 현지의 올리브 농장과 손잡고 올리브유 PB 상품을 출시해 관심을 모았다. 올리브유를 사용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났을 뿐 아니라 컬리의 올리브유 매출이 매년 30%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PB상품으로 기획했다는 게 컬리측 설명이다.
'유기농 햇올리브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는 PB 상품이지만 그 가격이 정상가 기준 8만원대로 결코 싸지 않다. 100년 이상 된 나무에서 손으로 채집한 유기농 햇올리브를 사용해 만든 프리미엄 상품이기 때문이다. 출시 기념으로 진행한 첫 라이브 방송에서 5000병을 한정 판매했는데, 초도 물량이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 프리미엄 한우 PB 상품 'PPUL(뿔)'도 인기다. 뿔은 고급 레스토랑 못지 않은 고품질 한우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2019년 론칭한 PB다. 컬리의 정육 전문 MD가 한우 마이스터와 함께 1++ 등급의 최고급 상품으로만 선별해 구성했다 본등심과 안심, 채끝, 삼각살, 설도 등 18개 다양한 부위를 소포장(150~200g) 판매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컬리가 만든 '컬리스 R15 통밀식빵'은 누적 구매 후기만 17만 건이 넘는 스테디셀러다. 통곡물 전문 브랜드 '로만밀'의 곡물 믹스와 토종 효모를 사용한 이 식빵은 두번의 반죽과정을 거치는 중종법으로 만든 고급 식빵이다. 고급 PB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특급 호텔에서도 잇달아 PB 상품을 내놓는 추세다. 가장 적극적인 건 조선호텔앤리조트다. 고급 침구 브랜드 '더 조선호텔'를 론칭하며 PB 시장에 뛰어든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지난 2022년 김치 사업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조선호텔 김치 매출은 전년도 대비 42% 증가했다.
한화호텔앤리조트의 더 플라자는 'P-컬렉션'이라는 브랜드로 핸드크림, 디퓨저, 룸스프레이 등의 PB 상품을 판매 중이다. 롯데호텔도 김치를 비롯해 가정간편식(HMR), 커피, 차 등을 선보이고 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