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감원 MBTI는 'ESTP'"…의미심장한 의미 뜯어보니 [금융당국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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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알죠? 올해 금감원의 업무 MBTI는 ESTP입니다.”
한 금감원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성격유형검사인 MBTI의 형식을 빌려 한 농담이지만, 알파벳을 하나씩 뜯어보면 꽤나 의미심장한 얘기다. 각각 금감원이 올해 가장 시급히 봐야 하는 사안이 무엇인지를 의미해서다.
홍콩 H지수는 2021년 초 12,000대를 넘어섰으나 미·중 갈등과 중국 경기 부진 여파로 5300대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지난달 말 5000대 초반까지 내렸다가 중국 당국이 대규모 경기·증시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소폭 반등한 게 이정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홍콩 H지수 ELS 총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79.8%인 15조4000억원이 올해 만기를 맞는다. 1분기(1~3월) 3조9000억원, 2분기(4~6월) 6조3000억원 등 상반기에만 절반을 웃도는 10조2000억원의 만기가 몰려 있다.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는 이유다. 금감원은 홍콩 H지수 ELS를 두고 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고위험상품인 ELS를 판매하면서 은행에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는 등 판매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알아보는 절차다. 이미 일각에선 고위험 상품 가입에 필요한 투자성향서나 서명을 은행 직원이 대리 작성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이를 바탕으로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 손실을 배분하는 분쟁 배상안을 이달 안에 마련할 예정이다.
넘는 대규모 불법 공매도를 적발했다.
금감원은 이르면 이달 안에 불법 공매도 관련 추가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달 중엔 공매도특별조사단 실장 등 실무팀이 홍콩을 방문해 현지 당국과 공조 논의도 벌인다.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홍콩·싱가포르 등 국외에서 이뤄진 거래 행위라도 그 효과가 국내에 미친 경우 자본시장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실제 처벌이 이뤄지려면 현지와의 긴밀한 공조가 필수라는 게 법조게의 설명이다.
작년 말 돌입한 공매도 전산화 관련 논의에도 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매도 전산화에 대한 단계별 밑그림을 거의 완성했다"며 "단계별로 필요한 절차와 비용 등을 놓고 각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태영건설이 진행 중인 공사는 112건, 보증을 선 PF 사업장은 60개에 달한다. 협력업체 수는 581개 사로 집계됐다. 보증 규모는 20조4000억원 대로 알려졌다. 이중 PF 보증규모는 9조5000억원이다. 채권 금융사와 각 PF 사업장에 돈을 빌려준 대주 등 채권자는 600곳이 넘는다.
건설사 워크아웃은 회사 뿐만 아니라 관련 PF사업장들도 워크아웃에 준하는 절차를 밟게 되는 게 특징이다. 이달 말까지 안진회계법인이 태영건설 관련 PF 사업장 60곳을 현장실사해 PF사업장마다 별도로 구성된 대주단이 실사 결과에 따라 사업 진행 및 신규자금 투입 여부를 결정한다. 대주단이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하거나, 심각한 부실이 발견된 사업장은 주요 자산을 경·공매에 넘기고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이들 PF 사업장 처리 방안은 태영건설의 기업개선계획 내용에 포함돼 오는 4월 제2차 채권단 협의회 결의를 거칠 예정이다. 계획이 채권단의 75% 이상 동의를 얻어야 워크아웃이 계속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내용에 동의하지 않아 이탈하는 채권자가 25%를 넘어서면 태영건설이나 개별 PF사업장이 법정관리로 가게 돼 유례없는 대규모 빚잔치(청산)가 벌어질 수 있다.
금감원은 일단 상반기 중 '태영건설급' 충격을 줄 유동성 문제가 있는 건설사나 금융회사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은 연내 부실 사업장 정리와 부실 우려 사업장 재구조화를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한동안 치솟았던 금리가 작년 말 이후 안정화되면서 '시장적 조치'로 PF 부실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적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이 원장은 "정당한 손실인식을 미루는 등 금융기관으로서 당연한 책임을 회피하는 회사에 대해선 시장 퇴출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H지수 ELS는 투자자 수가 워낙 많고, 노후자금 등을 마련할 목적으로 투자한 고령자 비중도 높다. 불법 공매도 단속은 국내 자본시장의 신뢰도가 걸린 문제다. 작년 11월 전격 중단된 공매도 거래 재개도 공매도 단속과 제도 개선 여부에 달려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부동산PF는 자칫 국내 금융시장 전체로 위기가 전이될 수 있는 문제다. 금감원 관계자는 “ESTP는 현실적으로 생각하면서 타협책을 모색하고, 문제 해결에 뛰어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며 “이같은 소양은 올해 금감원이 주요 사안을 다룰 때 특히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한 금감원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성격유형검사인 MBTI의 형식을 빌려 한 농담이지만, 알파벳을 하나씩 뜯어보면 꽤나 의미심장한 얘기다. 각각 금감원이 올해 가장 시급히 봐야 하는 사안이 무엇인지를 의미해서다.
올 상반기 만기액 10조…홍콩 H지수 ELS 사태 급선무
ESTP 중 E는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안을 뜻한다. 홍콩 H지수 ELS는 기초자산인 홍콩 H지수 급락 여파로 올 상반기 조 단위 손실이 예상되서다.홍콩 H지수는 2021년 초 12,000대를 넘어섰으나 미·중 갈등과 중국 경기 부진 여파로 5300대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지난달 말 5000대 초반까지 내렸다가 중국 당국이 대규모 경기·증시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소폭 반등한 게 이정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홍콩 H지수 ELS 총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79.8%인 15조4000억원이 올해 만기를 맞는다. 1분기(1~3월) 3조9000억원, 2분기(4~6월) 6조3000억원 등 상반기에만 절반을 웃도는 10조2000억원의 만기가 몰려 있다.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는 이유다. 금감원은 홍콩 H지수 ELS를 두고 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고위험상품인 ELS를 판매하면서 은행에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는 등 판매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알아보는 절차다. 이미 일각에선 고위험 상품 가입에 필요한 투자성향서나 서명을 은행 직원이 대리 작성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이를 바탕으로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 손실을 배분하는 분쟁 배상안을 이달 안에 마련할 예정이다.
자본시장선 불법 공매도 주시…외국 당국과 공조 나서
S는 공매도(Shortselling)를 의미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투자은행(IB)를 대상으로 불법 공매도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 10여곳 IB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면서 최소 네 곳에 대해 총 1000억원이넘는 대규모 불법 공매도를 적발했다.
금감원은 이르면 이달 안에 불법 공매도 관련 추가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달 중엔 공매도특별조사단 실장 등 실무팀이 홍콩을 방문해 현지 당국과 공조 논의도 벌인다.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홍콩·싱가포르 등 국외에서 이뤄진 거래 행위라도 그 효과가 국내에 미친 경우 자본시장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실제 처벌이 이뤄지려면 현지와의 긴밀한 공조가 필수라는 게 법조게의 설명이다.
작년 말 돌입한 공매도 전산화 관련 논의에도 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매도 전산화에 대한 단계별 밑그림을 거의 완성했다"며 "단계별로 필요한 절차와 비용 등을 놓고 각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태영 워크아웃, 4월 '고비' 남아
T와 P는 이어지는 사안이다. T는 태영, P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첫 글자라서다. 올들어 도급순위 16위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에 도입한 일은 2013년 쌍용건설 이후 ‘10년 만의 대형 건설사 워크아웃’으로 꼽힌다. 대형 건설사 워크아웃에 의미를 두는 건 그만큼 이해관계자가 많고 파장이 커서다.태영건설이 진행 중인 공사는 112건, 보증을 선 PF 사업장은 60개에 달한다. 협력업체 수는 581개 사로 집계됐다. 보증 규모는 20조4000억원 대로 알려졌다. 이중 PF 보증규모는 9조5000억원이다. 채권 금융사와 각 PF 사업장에 돈을 빌려준 대주 등 채권자는 600곳이 넘는다.
건설사 워크아웃은 회사 뿐만 아니라 관련 PF사업장들도 워크아웃에 준하는 절차를 밟게 되는 게 특징이다. 이달 말까지 안진회계법인이 태영건설 관련 PF 사업장 60곳을 현장실사해 PF사업장마다 별도로 구성된 대주단이 실사 결과에 따라 사업 진행 및 신규자금 투입 여부를 결정한다. 대주단이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하거나, 심각한 부실이 발견된 사업장은 주요 자산을 경·공매에 넘기고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이들 PF 사업장 처리 방안은 태영건설의 기업개선계획 내용에 포함돼 오는 4월 제2차 채권단 협의회 결의를 거칠 예정이다. 계획이 채권단의 75% 이상 동의를 얻어야 워크아웃이 계속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내용에 동의하지 않아 이탈하는 채권자가 25%를 넘어서면 태영건설이나 개별 PF사업장이 법정관리로 가게 돼 유례없는 대규모 빚잔치(청산)가 벌어질 수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도 넘겨야
태영건설 외 금융사·건설사의 부동산PF도 주요 사안이다. 금감원은 올해 PF 부실 정리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부동산PF 리스크가 금융시장 전체로 확대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금감원은 일단 상반기 중 '태영건설급' 충격을 줄 유동성 문제가 있는 건설사나 금융회사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은 연내 부실 사업장 정리와 부실 우려 사업장 재구조화를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한동안 치솟았던 금리가 작년 말 이후 안정화되면서 '시장적 조치'로 PF 부실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적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이 원장은 "정당한 손실인식을 미루는 등 금융기관으로서 당연한 책임을 회피하는 회사에 대해선 시장 퇴출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ESTP 중 하나라도 빠지면 위기 불가피"
금융당국 안팎에선 이들 4대 사안 중 무엇 하나 우선순위에서 빠질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H지수 ELS는 투자자 수가 워낙 많고, 노후자금 등을 마련할 목적으로 투자한 고령자 비중도 높다. 불법 공매도 단속은 국내 자본시장의 신뢰도가 걸린 문제다. 작년 11월 전격 중단된 공매도 거래 재개도 공매도 단속과 제도 개선 여부에 달려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부동산PF는 자칫 국내 금융시장 전체로 위기가 전이될 수 있는 문제다. 금감원 관계자는 “ESTP는 현실적으로 생각하면서 타협책을 모색하고, 문제 해결에 뛰어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며 “이같은 소양은 올해 금감원이 주요 사안을 다룰 때 특히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