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창당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당 대표 인선을 둘러싼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9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미래' 창당준비위원회는 오는 15일 예정된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당 대표를 추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서 4년 전 자유한국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을 창당했을 당시에도 중앙당 창당대회를 개최하면서 한선교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을 미래한국당 대표로 추대한 바 있다.
당내에서는 '국민의미래' 당 대표의 제1 조건으로 비례대표 공천을 두고 모(母) 정당인 국민의힘과 불협화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한결같이 꼽는다. 2020년 21대 총선 때 위성정당 대표를 맡았던 한선교 전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 명단에서 모(母) 정당의 영입 인재를 당선 가능성이 낮은 후순위로 빼는 등 이른바 '한선교의 난'을 일으켰다가 총선 전 위성정당 대표를 원유철 전 의원으로 교체하고 공천 명단 발표를 번복했던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또, 2개월짜리 선거용 임시 정당이긴 하지만 총선 국면에서 당을 이끌 정치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번 선거에 나서지 않는 중량급 인사가 대표직을 맡을 적임으로 거론된다.
현재까지 국민의힘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은 친윤(친윤석열) 핵심으로 분류돼 온 3선 장제원, 비윤(비윤석열)계로 분류돼 온 초선 김웅 의원 2명뿐이다. 대구 지역 재선 김희국 의원도 공천 신청을 포기하며 총선 불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국민의미래' 대표로 장 의원이 우선 거론된다.
친윤 실세로 꼽혔지만,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국민의힘 현역 의원 중 첫 불출마를 선언한 데다, 정치적 중량감과 선거 경험 등을 고려할 때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라는 것이다. 다만 당내에서는 '인적 쇄신'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장 의원이 '국민의미래' 대표를 맡아 선거 전면에 나서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범야권 위성정당을 준비 중인 민주당 사정을 잘 안다는 이유에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이름을 꺼내기도 하지만, 장동혁 사무총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그런 추측성 보도들이 맞았던 적이 별로 없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당내에서는 한동훈 비대위에 합류한 비례대표 현역 의원인 김예지 비대위원에게 '국민의미래' 대표를 맡기는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된다.
시각장애인 의원으로서 '약자'를 대변하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와 대외 이미지가 좋고, 한 위원장과 지도부에서 함께하며 '손발'을 맞춰본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김 위원은 22대 총선에서 지역구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고, 비례대표로 한 번 더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위성정당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당 대표 인선"이라며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이 2명에 불과하고, 4년 전에 비해 공천 심사 현역 '컷오프' 발표가 늦어지면서 인력 풀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미래'가 내주 중앙당 창당대회를 하고 대표 인선까지 마치면 위성정당으로 현역 의원을 보내는 이른바 '의원 꿔주기'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고위원과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현역 의원의 역할이 필요하고, 정당투표 용지에서 유리한 기호를 받기 위해서라도 일정 수의 의원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고보조금이 지급되는 오는 15일 이전에 현역 의원이 5명 이상 있으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5억원 이상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만큼,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비례대표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적 이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는 소속 정당이 제명하면 의원직이 유지되고 자진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 이동이 확정된 비례대표들을 제명해 당적을 옮기도록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이 비례대표 공천을 염두에 두고 영입한 인재들도 '국민의미래'로 이동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외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추후 '컷오프'되는 현역 의원들도 당과의 협의를 거쳐 '국민의미래'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불출마를 선언한 김웅 의원(서울 송파갑)은 위성정당으로 당적을 옮길 생각이 없다는 뜻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