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의도"…美백악관 '바이든 기억력문제' 언급한 특검 맹공

고령 리스크 재부각에 잇따라 반박…"근거 없고 부적절·부정확"
부통령 "특검 조사 시점, 하마스기습 직후…바이든엔 고강도의 시간"
미국 백악관은 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 문제를 제기한 로버트 허 특검의 기밀문서 유출·보관 조사 관련 보고서에 대해 정치적 의도를 문제 삼으면서 비판을 이어갔다. 전날 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긴급 회견을 통해 특검 보고서를 반박한 데 이어 이날은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과 백악관 당국자들이 잇따라 나섰다.

특검이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 유출 혐의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이 상당히 제약돼 있다고 밝히면서 11월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81)의 고령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자 여론전에 나선 모습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총기 폭력 예방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특검 보고서에 대해 "보고서가 대통령의 행동을 규정한 방식은 사실 측면에서 크게 잘못됐다"면서 "분명히 정치적 동기가 있으며, (그런 결론의) 근거는 없다"라고 말했다고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특검간 면담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지난해 10월 7일 직후였으며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 및 정부 관리들과 긴 시간을 보냈다고 언급한 뒤 "그때는 미군 총사령관(바이든 대통령)에겐 고강도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거듭 보고서가 "근거가 없고, 부정확하며, 부적절하다"고 강조하면서 "특검은 우리가 본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안 샘스 백악관 법률고문 대변인도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특검이 불기소로 사건을 종료했다는 점을 강조한 뒤 "특검은 보고서 2쪽에 바이든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문서를 보유했다고 밝혔으나 200여쪽 뒤인 215쪽에는 이에 대한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밝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에 대한 기술과 관련, "부적절하고 근거 없는 코멘트"라고 평가절하한 뒤 "보고서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명확하고 강력한 증언을 제공했다'고도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검 보고서에 기억력 관련 기술이 표현된 배경과 관련해서는 "공화당 의원과 공화당원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검사를 공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속한 (정치) 환경에서는 엄청난 압력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에 대한 특검 보고서 기술 내용에 대해 "현실은 그렇지 않다"라면서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앞서 공화당 당적을 가진 로버트 허 특검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때 기밀 문서를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은 바이든 대통령의 혐의에 대해 불기소를 결정했으나, 수사 보고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기억력이 나쁜 노인' 등으로 표현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능력에 대한 우려를 재차 환기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밤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특검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특히 특검 보고서에서 자신이 장남의 사망 시점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나한테 아들이 언제 세상을 떠났는지 말해줄 사람은 필요 없다"라면서 "도대체 어떻게 감히 그것을 거론하느냐(How the hell dare he raise that)"라고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그는 이 자리에서도 중동 현안에 대한 문답을 진행하는 과정에 이집트 대통령을 멕시코 대통령으로 잘못 언급하는 실수를 했다.

이에 대해 장-피에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50대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이란을 지지한다'고 발언했다고 거론한 뒤 "그런 일(말 실수)은 (누구에게나) 일어난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 중동의 다층적 역학관계에 대해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상세한 답을 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 교체 과도기 때 기밀정보 취급 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것을 명령했다고 샘스 대변인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