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처럼 경제 파탄낼건가"…독일서 때아닌 '덱시트' 논란

극우 정당 Afd "브렉시트가 모델" 주장에
숄츠 총리 등 "유럽연합 탈퇴는 재앙" 맞서
독일에서 때아닌 ‘덱시트’(Deutschland와 Exit의 합성어·독일의 유럽연합 탈퇴) 논란이 일고 있다. 지지율 2위의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에서 덱시트를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나서면서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사진)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하원 연설에서 “유럽연합(EU) 탈퇴 움직임은 유럽과 독일 경제에 최대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거론하며 “영국을 경제적 재난 상태로 몰아넣었다”며 “독일은 그 어떤 국가보다 EU와의 협력으로부터 많은 이익을 얻었다”고 강조했다.숄츠 총리는 특히 Afd와 같은 극우 정당이 득세하는 것을 막는 일이 독일의 책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에서 우파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당의 지지율이 급속하게 올라가고 있으며, 유럽에선 많은 정부가 포퓰리스트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거나 이들이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며 “역사적 관점에서 독일은 연대를 통해 이러한 추세를 저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알리스 바이델 Afd 대표가 FT 인터뷰에서 “브렉시트가 독일의 모델”이라고 언급한 데 대한 반응이다. 바이델 대표는 Afd가 집권할 경우 “EU의 비민주적 절차에 따른 (경제적) 적자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EU 시스템의 개혁이 불가능하다면, 영국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국민이 결정하게 해야 한다”며 덱시트를 국민투표 안건으로 올리겠다고 덧붙였다.

반(反)EU, 반이민 등을 기치로 2013년 창당한 Afd는 2017년 총선에서 처음 연방하원에 당선됐다. 최근 몇 년 새 이민 문제가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숄츠 정부의 농가 보조금 삭감 정책으로 연정(사회민주당·자유민주당·녹색당 연합)에 대한 부정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반사이익으로 작용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Afd 지지율은 20%로,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30%)에 이어 2위다. 연정 참여 정당을 모두 제쳤다. 출범 이후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다만 Afd의 덱시트 구상은 독일 정·재계에서 주류를 형성하지는 못한 분위기다. 각계 지도자들이 숄츠 총리와 견해를 같이 하고 있어서다. 독일 대기업 로비단체독일산업협회(BDI)의 지그프리트 루스부엄 회장은 FT에 “영국의 동료들과 대화해보면 그들은 브렉시트에 단 한 번도 찬성한 적이 없으며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독일은 수출국으로서, 전 세계 국가들에 대해 열려 있는 태도를 유지하면서 그 어떤 나라보다 많은 이익을 얻었다”며 “독일은 유럽단일시장과 단일 통화(유로화) 체제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였고, 우리는 국경을 개방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Afd 지지자 중에서도 52%가 덱시트에 반대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Afd 지지 여론도 다소 수그러드는 조짐이다. 탐사 매체 코렉티브가 Afd가 이주민 수백만 명을 독일에서 추방하는 안을 논의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이후 독일 전역에서 ‘반Afd’ 시위가 일어난 것이다. Afd는 튀링겐주의 잘레오를라 시장 선거에서도 CDU에 자리를 내줬다. 튀링겐주는 지난해 6월 Afd가 창당 이래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을 배출한, Afd의 정치적 텃밭으로 여겨지는 지역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