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 반환대출 5개월간 1천600건 '찔끔'…올해 7월 종료

까다로운 대출 요건…역전세난 우려 무색하게 한 전셋값 인상 영향도
임대인단체 "소형·저가주택엔 도움 안돼"…추가 규제완화 요구
역전세로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집주인을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한 '역전세 반환대출'이 4대 시중은행에서 출시 이후 5개월간 1천640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까다로운 요건을 둔 데다, 역전세난 우려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전셋값이 상승하면서 대출 실적이 저조한 편이다.

임대인들은 소형·저가 빌라시장의 역전세는 여전한데 대출이 어렵다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지만,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 나선 정부는 추가 규제 완화는 없다는 입장이 뚜렷하다.

12일 연합뉴스가 4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에서 제출받은 역전세 반환대출 실적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천640건, 4천732억원 규모다. 건당 대출액은 2억8천854만원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전세금 반환이 어려워진 집주인들에게 DSR 40% 규제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 규제를 적용하는 '역전세 반환대출'을 1년간 한시적으로 내주기로 했다.

전셋값이 떨어져 자금 확보가 어려워진 집주인 때문에 세입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역전세 반환대출을 받는 집주인은 반드시 특례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하거나, 세입자에게 보증보험 수수료를 내주도록 했다.

집주인의 선순위 대출이 늘어 후속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임대인들은 역전세가 여전한 소형·저가 빌라의 경우 대출 규제 완화가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추가 규제 완화를 주장한다. 이른바 '방 공제'를 적용하면 대출 한도가 대폭 축소된다는 것이다.

'방 공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보호돼야 하는 최우선 변제금을 떼어놓고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집주인이 세를 놓은 상태에서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세입자에게 최우선 변제금을 내줘야 하므로 금융기관이 애초에 이 돈을 공제한 뒤 대출금을 산정한다.

가령 서울 내 2억5천만원짜리 방 2개 빌라(LTV 60%)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1억5천만원(2억5천만원 X 60%)에서 1억1천만원(서울지역 최우선 변제금 5천500원 X 방 2개)을 뺀 4천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빌라 임대인 김모(43) 씨는 "빌라 전세금이 7천만원 넘게 떨어진 상황"이라며 "세입자는 '역전세 반환대출'이 있다는 뉴스를 보고 대출받아 전세금을 돌려주면 될 것 아니냐고 성화인데, 알아보니 대출 가능 금액은 여기에 한참 못 미친다"고 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아파트나 보증금이 높은 빌라는 규제 완화로 추가 대출이 나올 수 있겠지만,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심각한 소형·저가 빌라는 '방 공제'를 하면 사실상 대출이 어렵다"며 "가장 필요한 이들이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역전세 반환대출'은 집주인이 아닌 세입자 보호를 위한 것이기에 대출 문턱을 높였고, 이에 따라 실적이 저조한 게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DSR 규제를 우회하는 용도로 악용해 대출을 끌어 쓰지 않도록 굉장히 엄격한 규제와 세입자 보호 조치(보증보험 가입 의무)까지 뒀다"며 "꼭 필요한 집주인이 아니면 쓰지 못하도록 한 대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가계부채 관리가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올해 7월 말 역전세 반환대출을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