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주 바람에 코스피 빚투 열기 '활활'…신용잔고 급증

자동차·금융주 연초 65~180% 늘어…이차전지·코스닥은 오히려 감소
"저PBR주 테마주 양상…단기간 과열돼 주의 필요"
정부 주도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에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들이 포진한 유가증권시장에서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8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신용잔고금액은 9조4천510억원으로 지난해 말(8조7천338억원) 대비 7천172억원(8.2%) 늘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변제를 마치지 않은 금액으로, 이 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 반도체주를 비롯해 저PBR 종목으로 분류되는 자동차·금융주 신용잔고가 일제히 늘었다. 8일 기준 현대차의 신용잔고는 1천454억5천만원으로 지난해 말(880억4천만원) 대비 65% 증가했다.

기아의 신용잔고는 1천85억원으로 작년 말(490억6천만원) 대비 121% 늘었다.

아울러 KB금융과 신한지주 등 금융·지주사 신용잔고도 올해 들어 각각 113%, 178% 급증했다. 반도체 종목 중 삼성전자 신용잔고는 지난해 말 대비 42% 늘었으며, SK하이닉스는 70% 증가했다.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산재한 가운데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수혜가 기대되는 저PBR 종목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진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차전지 종목의 신용잔고는 전기차 업황 둔화 우려 등에 일제히 감소했다. 8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시총 상위 종목 중 LG에너지솔루션의 신용잔고는 1천550억8천만원으로 지난해 말(1천794억원)보다 13% 줄었다.

POSCO홀딩스와 LG화학 신용잔고도 올해 들어 각각 6%, 12% 감소했다.

한편 코스닥 신용잔고는 올해 들어 감소세를 보이며 유가증권시장 신용잔고와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8일 기준 코스닥시장의 신용잔고는 8조1천157억원으로 지난해 말(8조5천672억원) 대비 4천515억원(5.3%) 줄었다.

저PBR종목이 포진한 유가증권시장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며 코스닥 시장에 대한 투자 열기가 상대적으로 사그라든 점이 영향을 줬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특별한 테마 투자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지는 가운데 최근 코스피 저PBR 종목으로 수급이 몰리면서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8일까지 코스닥지수는 4.6% 내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1.3%)을 2배 이상 웃돌았다.

코스닥 시총 상위종목 중 이차전지 종목의 신용잔고가 일제히 줄었다.

구체적으로 에코프로비엠 신용잔고가 올해 들어 7% 줄었으며 에코프로는 17% 급감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저PBR주가 테마주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단기간에 과열된 측면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 등을 고려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