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보조금 상한 없애면…"가계부담 완화·통신사 이익↓"

블룸버그인텔리전스 보고서…2006년 보조금 합법화 당시 영업이익 37% 줄어
마케팅비 증가로 통신사 이익 감소 전망… SKT 최대 타격 가능성
정부가 가계의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휴대전화 단말기 지원금 상한이 사라질 경우 국내 통신사들의 이익은 급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의 마빈 로 등 산업 애널리스트들은 12일 보고서를 통해 2006년 휴대전화 보조금 부분 합법화 이후 2007∼2009년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실적을 바탕으로 이같이 분석했다.

정부가 높은 휴대전화 가격을 문제로 보고 소비자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마케팅 비용 증가로 통신사들의 이익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2006년 당시 특정 이동통신사에 가입한 지 1년 6개월을 넘기면 이통사들이 이용약관에 따라 2년에 1번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바 있다. 이후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2006년 5조원가량에서 2007년 3조5천560억원, 2008년 3조1천800억원, 2009년 3조1천44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보고서는 통신사들의 영업이익이 2007∼2009년 37%가량 급감했다면서, 이후 정부가 보조금 상한을 다시 제한하면서 2010년 영업 이익이 5조2천360억원으로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이번에 보조금 제한을 없앨 경우 동일한 하락 사이클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유통법·단통법) 전면 폐지를 추진하더라도 이통사의 마케팅 비용 부담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마케팅 비용이 일부 증가할 수는 있겠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마케팅 경쟁이 안정화된 업계 상황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휴대전화를 통신사 대리점이 아닌 삼성스토어·애플스토어 같은 가두점이나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구매하는 비중이 늘었다"면서 "스마트폰 사양의 상향 평준화로 단말기 교체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단통법 폐지 여부와 구체적 내용이 결정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총선을 앞둔 만큼 단기적으로 통신업종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지만, 당장 과도한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보조금 제한이 없어질 경우 가입자 기준 시장점유율 40% 이상으로 1위인 SK텔레콤이 가장 타격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2006년 당시 SK텔레콤은 2006년 3월부터 2007년 3월까지 보조금으로 판매관리비(SG&A)의 58%에 해당하는 5천920억원을 썼다.

이는 구매자당 10만원으로, KT(9만2천원)와 LG유플러스(8만6천원)보다 많았다.

이러한 가운데 통신 3사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이 4조4천8억원으로 3년 연속 4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정부의 통신비 부담 완화 기조에 더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단통법 폐지를 공개 추진하고 있으며, 법이 바뀌기 전이라도 이달 중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단말기 가격 인하 효과를 유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또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 등을 상대로 공시지원금 상향 경쟁과 중저가폰 출시를 압박하는 등 통신 물가 낮추기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스테이지엑스를 제4 이통사에 선정한 것도 시장 경쟁을 촉진하려는 차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