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님 또 바뀌네"…세종서 벌어지는 순환보직 '뺑뺑이' [관가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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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매각할 때는 법무·회계법인이나 투자은행(IB) 사람들을 자주 만나 정보 교류를 해야 하는데 담당 과장조차도 세종청사에 틀어박혀 전화만 돌리고 있더라고요”
세종시에 있는 한 경제부처에서 근무했던 전직 차관은 산하기관이 상당량의 지분을 보유한 민간기업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업무처리 방식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고 털어놨다. 기업 매각이나 구조조정 관련 민간의 전문성을 따라갈 수 없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전직 차관은 “부서를 1년마다 바꾸는 순환보직 문화가 존재하는 한 공직사회의 전문성을 높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각 중앙부처는 매년 2~3월에 정기 인사를 단행한다.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에 정기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때는 과장급 간부들이 대거 이동한다. 기재부의 경우 주요 과장급 보직의 윤곽은 대부분 확정됐다. 각 실·국별 주무과장은 대부분 내부에서 영전하는 방식으로 선정했고, 일부 과장들의 경우 다른 실·국에서 발탁 인사로 채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과장급 간부들은 1년 만에 보직을 옮길 예정이다. 기재부뿐 아니라 다른 중앙부처에서도 과장급 간부가 한 보직에 2년 이상 머무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2012년 세종시 이전과 1년마다 부서가 바뀌는 순환보직 등이 겹치면서 정책을 만드는 중앙부처 공무원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공무원들이 민간부문의 빠른 변화에 둔감할 뿐 아니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뜻이다. 한 대기업 대관 임원은 “과거 과천청사에서 수시로 담당과장, 사무관들과 정책을 협의했는데 지금은 규제 정보를 얻는 것 외에는 굳이 세종을 찾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민간기업 한 임원은 “민간기업 임원들은 대부분 한 곳에 최소 3년간 근무하는 반면 담당 부처 과장은 1년에 한 번 바뀐다”며 “담당과장이 바뀔 때마다 모든 업무가 ‘리셋’되면서 처음부터 현안을 다시 설명하곤 한다”고 했다.
공무원 스스로도 업무 전문성에 박한 평가를 하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2021년 중앙부처 공무원 413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본인 업무에 대한 전문성 인식 점수는 5점 만점 중 3.45점에 그쳤다. 설문에 응한 공무원의 36.2%가 전문성을 저해하는 1순위 요인으로 ‘순환보직으로 인한 잦은 인사이동’을 꼽았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잦은 순환보직에 따른 공직사회의 폐해가 드러나기도 했다. 그해 11월 인사관리 전문 부처인 인사혁신처가 출범하면서 공직사회 전문성 강화 방안을 내놨지만 지금은 사실상 흐지부지됐다.공무원들도 할 말은 있다. 경제부처에서 근무하는 한 과장급 간부는 “한 보직에서 1년만 근무하면 현안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며 “같은 실·국에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업무가 완전히 바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세종시에 있는 한 경제부처에서 근무했던 전직 차관은 산하기관이 상당량의 지분을 보유한 민간기업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업무처리 방식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고 털어놨다. 기업 매각이나 구조조정 관련 민간의 전문성을 따라갈 수 없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전직 차관은 “부서를 1년마다 바꾸는 순환보직 문화가 존재하는 한 공직사회의 전문성을 높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각 중앙부처는 매년 2~3월에 정기 인사를 단행한다.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에 정기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때는 과장급 간부들이 대거 이동한다. 기재부의 경우 주요 과장급 보직의 윤곽은 대부분 확정됐다. 각 실·국별 주무과장은 대부분 내부에서 영전하는 방식으로 선정했고, 일부 과장들의 경우 다른 실·국에서 발탁 인사로 채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과장급 간부들은 1년 만에 보직을 옮길 예정이다. 기재부뿐 아니라 다른 중앙부처에서도 과장급 간부가 한 보직에 2년 이상 머무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2012년 세종시 이전과 1년마다 부서가 바뀌는 순환보직 등이 겹치면서 정책을 만드는 중앙부처 공무원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공무원들이 민간부문의 빠른 변화에 둔감할 뿐 아니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뜻이다. 한 대기업 대관 임원은 “과거 과천청사에서 수시로 담당과장, 사무관들과 정책을 협의했는데 지금은 규제 정보를 얻는 것 외에는 굳이 세종을 찾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민간기업 한 임원은 “민간기업 임원들은 대부분 한 곳에 최소 3년간 근무하는 반면 담당 부처 과장은 1년에 한 번 바뀐다”며 “담당과장이 바뀔 때마다 모든 업무가 ‘리셋’되면서 처음부터 현안을 다시 설명하곤 한다”고 했다.
공무원 스스로도 업무 전문성에 박한 평가를 하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2021년 중앙부처 공무원 413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본인 업무에 대한 전문성 인식 점수는 5점 만점 중 3.45점에 그쳤다. 설문에 응한 공무원의 36.2%가 전문성을 저해하는 1순위 요인으로 ‘순환보직으로 인한 잦은 인사이동’을 꼽았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잦은 순환보직에 따른 공직사회의 폐해가 드러나기도 했다. 그해 11월 인사관리 전문 부처인 인사혁신처가 출범하면서 공직사회 전문성 강화 방안을 내놨지만 지금은 사실상 흐지부지됐다.공무원들도 할 말은 있다. 경제부처에서 근무하는 한 과장급 간부는 “한 보직에서 1년만 근무하면 현안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며 “같은 실·국에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업무가 완전히 바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