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과학인 경력단절 예방"…출산·육아 때 대체인력 채용 지원한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7년간 147개 기관서 371명 대체
올해도 220명 채용비 지원키로
여성 과학기술인 모임에선 ‘임신하면 연구 생활을 끝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말이 오간다. 연구개발(R&D) 프로젝트 도중 출산 때문에 연구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가 자주 들리는 게 대한민국 R&D 현장의 현실이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은 이를 예방하고자 올해 ‘R&D 대체인력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공공기관인 WISET은 여성 과학기술인 경력단절 예방을 위해 R&D 대체인력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2017년 도입된 이 사업은 여성 과학기술인이 육아와 돌봄 시간을 확보하면서 업무를 지속하도록 대체인력 채용비를 지원한다. 3월 11일부터 4월 30일까지 모집하며 올해 지원 대상은 220명이다.WISET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기관 147곳에 대체인력 371명의 채용이 지원됐다. 지난해 기준 이들의 정규직 채용률은 75.5%, 이 사업을 이용한 여성 과학인의 업무 복귀율은 71.1%에 달했다. 높은 업무 복귀율을 보이는 북유럽 지원 사업과 대등한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출산휴가·육아휴직 사용 외에 육아기 단축근로, 재택근무, 파트타임제 등 유연근무 형태에 대한 추가 연구인력 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범위를 확대해 현장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일반 대체인력 채용 지원(트랙1) 사업은 근무자 대체인력 채용 시 3~15개월간의 인건비(학·석사 연간 2100만원, 박사 2300만원)를 지원한다. 인턴·박사후연구원 채용 지원(트랙2) 사업은 추가 연구인력 채용 시 인건비(인턴 6개월간 1000만원, 박사후연구원 연간 3000만원)를 지원한다.이 사업 지원을 받은 김용호 한국농식품분석연구소 실장은 “지방은 연구인력 공백이 발생하면 대도시보다 채용이 훨씬 어렵다”며 “WISET 사업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육아휴직 후 다시 회사로 복귀한 오수미 연구원(사진)은 “어린아이가 있는 엄마로서 연구 현장에 다시 복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경력 복귀 사업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심각한 저출산 문제로 2028년까지 자연·공학 계열 전공 과학기술 인재가 적정 수요보다 4만7000명 부족한 상황이다. WISET의 ‘남녀 과학기술인 양성 및 활용 통계 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경력단절 여성 규모는 2022년 기준 92만 명, 이 가운데 이공계는 18만여 명이다.

문애리 WISET 이사장은 “임신과 출산, 육아 등을 거치며 현장을 떠난 여성 과학자가 현장에 돌아오게 하는 데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이 달렸다”며 “이들이 복귀하면 부족한 연구 인력 수요를 상당 부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