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애플스토어에서 XR헤드셋 '비전프로' 착용해보니…"눈앞에 코뿔소,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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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켜니 눈앞에 아이폰 앱눈앞에 다가온 코뿔소, 깎아지른 듯한 절벽, 광활한 풍경….
스마트폰처럼 손으로 탭 터치
영화관에 온 듯 입체 영상 등장
어지러움·멀미감 별로 못 느껴
음향·화질 등 몰입감 뛰어나
외신들, 470만원 가격엔 의문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의 애플스토어. 지난 3일 확장현실(XR) 헤드셋 ‘비전프로’를 착용하며 앱을 실행하자 이 같은 영상들이 입체감 있게 펼쳐졌다. 선명한 화질과 색감 덕분에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애플은 비전프로를 소개하며 ‘공간형 컴퓨터’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능을 갖춘 헤드셋 이상의 기능을 구현했다는 의미다. 헤드셋은 편안한 착용감을 위해 유연한 밴드를 사용했다. 전원을 켜자 눈앞에 앱들이 등장했다. 아이폰에서 보던 그 앱이 가상의 공간에 떠올랐다.
애플TV 앱을 실행하자 눈앞에 또 다른 대형 스크린이 등장했다. 고정된 화면에서 영화가 재생됐다.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보면 영화 화면이 따라오지 않고 다른 옆 공간이 보였다. 마치 혼자 대형 스크린이 있는 영화관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애플은 디지털 콘텐츠가 실제 공간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듯한 효과를 주기 위해 헤드셋 내부에 2개의 마이크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넣었다. 이를 통해 2300만 픽셀의 화질을 구현했다. 또 12개의 카메라, 5개 센서, 6개의 마이크를 장착했다.비전프로는 메타의 XR 헤드셋 퀘스트3와 달리 컨트롤러가 아닌, 손으로 조작할 수 있다. 사용자 시선을 추적해 보고 있는 앱이나 콘텐츠를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탭하면 실행됐다. 스마트폰을 다루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이내 적응했다. 다만 모서리 부분에 있는 콘텐츠는 여러 차례 탭을 해야 실행되는 등 센싱이 완벽하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 이어 자연 풍광 영상을 봤다. 눈 덮인 산의 전경이 등장했을 때는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암벽 등반 영상에선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 모습에 가슴이 철렁했다. 공룡과 코뿔소가 등장하는 영상은 더욱 흥미로웠다. 이들이 눈앞으로 바짝 다가올 때는 실제로 마주한 듯한 압박감이 들기도 했다. 애플 측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문다”라고 말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어지럽거나 멀미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메타 퀘스트3의 경우 VR 게임을 하면 멀미 현상 때문에 몇 분 만에 헤드셋을 벗었다. 실제 몸은 가만히 있는데 영상은 움직이는 데 따른 이질감 때문이다. 다만 장시간 사용해보지 않았고, VR 게임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완벽하게 이 문제를 해결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외신들도 비전프로의 선명하고 입체적인 디스플레이, 헤드셋을 착용한 채 바깥을 볼 수 있는 패스스루 기능, 동체, 손가락 추적 센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CNBC는 헤드셋을 착용한 채 화면이 아닌 실제 주변 공간을 둘러볼 때도 큰 이질감을 느낄 수 없었다며 몰입감 높은 콘텐츠 이용 경험을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톰스가이드는 “비전프로에서 슬랙, 애플뮤직 등 여러 앱을 한꺼번에 실행해도 스트리밍 지연 시간이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비슷한 평가를 하며 큰 화면으로 영상을 시청하는 동시에 뛰어난 음향 성능을 실감할 수 있다며 공상과학 영화에 들어간 듯한 기분이라고 전했다. 다만 사용 시간이 두 시간에 불과한 외장 배터리와 3500달러(약 470만원)에 이르는 높은 가격에 대해선 의문을 나타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