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인재확보 전략 "뽑지 말고 빌리세요"

한경 CHO Insight
MERCER와 함께하는 'HR 스토리'
‘조용한’ 시리즈가 개봉했다. 그것도 세 편 연달아. 시즌 1은 2022년에 전 세계 이목을 끈 히트작,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다. 실제 일을 그만두는 건 아니지만, 마음은 일터를 떠나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태도다. 주어진 업무 이상의 근로는 거부한다. 직원 입장에서 딱 받는 월급 만큼만 일하겠다고 말한다.

속편은 ‘조용한 해고(Quiet Firing)’다. 직원을 은밀하게 퇴출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경력 성장 기회를 제공하지 않거나, 일을 빼앗아 다른 직원에게 맡기는 식으로 직원을 지치게 만든다. 비합리적 업무 목표를 제시해 견디지 못하게 한기도 한다. '전편만 한 속편은 없다'는 속설처럼 반응은 신통치 않다. 큰 반향없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최종 편은 2023년에 등장한다. 새로운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도 인력 부족을 해소하는 접근법이다. 바로 ‘조용한 채용(Quiet Hiring)’이다. 방법은 두 가지. 첫번째 방법은 기존 구성원의 역할을 바꾸는 것. 쉽게 말해, 현재 구성원에게 업무를 추가 배정하거나, 일시적으로 조직 내 다른 일로 재배치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직원들에게는 다른 신호로 느껴질 수 있다. 자신이 현재 맡고 있는 일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현재 직무를 넘어서 추가적인 일을 하라는 요구로 들린다. 오해가 생기지 않게 설명을 붙이자면, 이는 구성원 스킬을 일시적으로 빌리는 방법이다. 직원들은 자신의 유휴 스킬을 활용해 업무 시간 중이나 일과 후에 추가적으로 일하며, 보너스나 추가 휴가 같은 대가를 받는다. 회사는 구성원의 스킬을 최대한 활용해 일을 보다 성공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조용한 채용의 두 번째 방법은 외부로 눈을 돌린다. 정규 직원을 뽑는 건 아니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를 활용해 필요할 때마다 외부에서 스킬을 빌리는 방식이다. 긱 이코노미는 임시 업무, 단기 계약, 독립적 프로젝트, 프리랜서 형태 일자리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제 시스템이다. 긱 이코노미 참여자를 ‘긱 워커’라 부른다.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며 여러 고용주와 계약을 맺는다.

조직에서 노동력이 필요할 때 취하는 기본적인 접근 방식은 고용이다. 그런데 일이 수시로 변하고 새로운 스킬을 요하는 업무상황이 늘어나면서 이런 전통적 인력 확보 접근은 종종 무력해진다. 언제, 어떤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정 조직이나 직무별로 필요 인력을 계획하고 채용하는 방식은 현실의 속도를 따라잡는데 뒤처진다. 적기에 최적 인재를 충원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스킬’을, 원하는 ‘만큼’ 온디맨드로 빌려 쓰는 긱 이코노미는 매력적 대안이다. 인재 고용(Talent Acquisition)이 아닌 '인재를 활용(Talent Access)'하는 전략이다.채용 과정에서 우리는 종종 비합리적인 결정에 빠진다. 꼭 뽑아야 할 인재를 떨어뜨리는 건 그나마 낫다. 종종 뽑지 말아야 할 사람을 채용한다. 그런데 더 심각한 오류는 어떤 사람이 얼마나 필요한지 모르는 상태에서 채용하는 것이다. 요즘은 이 세 번째 오류에 빠질 위험이 높다. 어떤 스킬을 갖춘 인재가 얼마나 필요한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규직 채용은 회사 입장에서도 근로자 입장에서도 필요하다. 다만 정규직 채용에는 일정 부분 리스크가 있다. 운 좋게 원하는 인재를 채용하면 다행이지만, 엉뚱한 사람을 뽑으면 부작용이 상당하다. 국내 노동법제 상 심각한 사유가 아니면 해고가 쉽지 않으니 부담은 고스란히 조직의 몫이 된다. 인재 고용 전략만 펼칠 경우 자칫, 조직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긱 이코노미를 통한 스킬 니즈에 따라 긱 워커를 온디맨드로 빌려 쓰는 인재 활용(Talent Access)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조용한 채용은 그 대상이 내부 구성원이든, 외부 긱 워커든 확실한 이점이 있다. 내부 구성원 대상 조용한 채용은 사내 긱 이코노미처럼 작동한다. 직원들은 자신의 스킬을 활용해 추가로 일할 기회를 얻고, 가외 소득을 올릴 수 있다. 사내 긱 워커가 되는 셈이다. 회사 차원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유휴 스킬 사용을 극대화한다. 스킬 자원을 남김없이 재분배하는 효과가 있다.조용한 채용을 외부로 확장하면 이점은 보다 커진다. 긱 이코노미를 통해 긱 워커에 온디맨드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스킬 수요에 따라 긱 워커를 탄력적으로 빌려 쓰니, 인력 과부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인재 풀 접근에도 유리하다. 정규직 고용을 가정할 경우, 상근으로 일하려는 구직자 중에서만 충원 인력을 찾아야 한다. 긱 이코노미를 활용할 경우, 독립 긱워커로 일하는 보다 넓은 선택지에서 인재를 고를 수 있다. 필요한 스킬과 경험을 가진 인력에게 접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비용 측면에서도 긱 이코노미는 효율적이다. 급여 뿐 아니라 복리후생, 교육비 등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긱 이코노미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업워크(Upwork)의 HR 임원 토니 버펌(Tony Buffum)에 따르면 긱 워커를 활용할 경우 정규직 대비 평균 30~50% 정도 비용이 절감된다고 한다.

긱 이코노미 활용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있다. 무엇보다 긱 워커 전문성을 염려한다. 긱 워커가 정규직만큼 유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긱 워커가 사무실에 보이지 않는 것도 불만이다. 조직문화와 일하는 분위기를 해칠 거라 걱정한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비대면 근무는 이미 우리의 일하는 방식의 선택지 중 하나가 됐다. 협업 도구의 도움으로 원격근무 제약이 사라진지 오래다. 긱 워커의 전문성 판단 역시 플랫폼에 맡기면 된다. 긱 이코노미 플랫폼에는 이미 긱 워커의 스킬과 경력은 물론이고, 고객 피드백이 자세히 남겨져 있다. 솔직하고 투명한 평가를 통해 살아남은 인재들이 활동하는 공간이다.직무에서 스킬로 노동시장이 전환되면서 긱 이코노미가 인재 확보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많은 이들이 예견하고 있다. 기존 통념에서 벗어나 사내외 스킬 인재를 탄력적으로 빌려 쓰는 방식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치열한 인재전쟁 속 스킬 임대 전략의 이점을 누려보자.

김주수 MERCER Korea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