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 경제의 변곡점

임채성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비행기를 탈 때마다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 이륙하는 때다. 갑자기 몸이 위로 치솟는 시점에 묘한 긴장감이 든다. 산업 혁신에서 이에 대응하는 것이 변곡점이다. 데모에만 머물던 기술이 비즈니스 가치를 지니면서 확산이 본격화되고 산업 자체를 바꾸는 지점이다.

작년 독일 하노버메세에서 ‘제조 디지털 트윈’(AAS) 전시가 크게 늘었다. 기존에는 몇몇 선도 기업이 전시를 주도했지만, 작년에는 중소기업 등 여러 기업이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디지털 트윈이 일부 기업만이 아니라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자동차산업에서 디지털 트윈과 실제 사물의 인터넷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하는 카테나엑스가 작년에 상용화됐다. 이는 디지털 트윈의 본격적인 확산이 시작됐다는 것을 시사할 뿐 아니라 자동차 제조, 유지 보수, 운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솔루션 및 서비스의 온라인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두 가지 변화는 디지털 경제가 디지털 전환의 변곡점에 이르렀다는 점을 의미한다. 온라인 마켓플레이스가 빠르게 형성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서비스와 제품 출현이 본격화되고, 산업구조 및 사회 변화가 이뤄질 것이 기대된다.

한국도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나 선도국에 비해 뒤처져 있다. 특히 핵심 기술인 디지털 트윈과 같은 기술 확산이 더디다. 범산업계 협력 기반의 카테나엑스와 같은 인프라 구축을 위한 민관 협력 이니셔티브도 부족하다.한국이 선진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선도국 속도에 맞춘 동시적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이 택할 전략적 선택은 민간 차원의 속도감 있는 글로벌 오픈 협업이다. 구체적으로, 민간 중심의 한국판 카테나엑스와 같은 범산업계 협력 기반의 민간 협력 이니셔티브를 추진해 인터넷으로 연결된 솔루션 및 서비스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이와 관련한 데모 사업이 일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자금과 규모 면에서 아쉬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속도감 있는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려면 정부는 민간 차원의 글로벌 오픈 협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 기업이 디지털 전환에 대비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