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못 들어간 강원래…10년 지나도 여전한 '문턱' [취재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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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이라도 일어설 수 있으세요?"
최근 영화 <건국전쟁>을 보러 갔다가 휠체어 진입이 안 돼 고전하던 가수 강원래씨에게 영화관 직원은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그는 "결국 가족들만 영화를 보게 하고 집에 돌아왔다"고 자신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사진)에 적었다. 국민의힘은 13일 이같은 사례를 알리며 영화 상영관마다 좌석 1% 이상을 장애인 관람석으로 지정하도록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 비슷한 일을 목격한 적이 있다. 당시 기자는 한 복지 재단의 소개로 강원래씨와 장애와 관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장소로 섭외된 곳은 서울 강남의 한 5성급 호텔에 있는 식당이었다. 호텔 측은 "테라스 좌석이 뷰가 좋으니 그쪽으로 잡아두겠다"고 했지만, 막상 가 보니 '문턱'이 높았다. 단차 때문에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올라 갈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휠체어 진입이 가능한 다른 구석 자리로 부랴부랴 자리를 옮겼다. 잠시 후 강씨가 도착한 이후 상황은 더욱 암담했다. 그는 인터뷰 이전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다며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 있느냐"고 직원에게 질문했다. 그러자 직원은 "로비에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없다"며 "일반 화장실을 사용하면 휠체어 때문에 문이 잘 닫히지 않을 수 있어서, 우선 들어가면 직원들이 밖에서 문을 잡고 있겠다"고 답했다.
순식간에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강씨는 당시 "장애가 없는 사람에게도 문이 닫히지 않는 화장실에서 문을 잡아줄 테니 용변을 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호텔은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었으나, 장애인 입장에서는 불편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5성급 호텔'은 장애가 없는 이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이었다. 이번 영화관 사건을 보며 12년이 흐를 동안 여전한 '문턱'을 느꼈다. 대형 건물의 장애인 화장실이나 주차장 등의 설치는 많이 늘었지만 이 역시 보편화 된 건 아니다. 특히 영화관, 공연장 같은 문화 시설은 휠체어가 진입하기 어려운 곳도 여전히 많다. 서울 외 지방에선 더욱 그렇다.
국민의힘은 이날 영화 상영관별 좌석 1% 이상을 장애인 관람석으로 지정하도록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편의증진보장법'(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은 개별 상영관이 아닌 전체 영화관의 1%를 장애인 관람석으로 하도록 규정해 장애인 관람석이 없는 상영관이 대부분이었다는 설명이다. 시행령에 '구멍'이 있었던 셈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강씨가 극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가족들만 영화를 보게 한 일이 있었다, 대단히 이상한 일"이라며 "시행령 개정을 포함해 상식적인 세상이 되도록 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런 '구멍'이 영화관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10여년이 지나도록 장애인이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사회 이곳 저곳의 '문턱'을 찾아내는 일이 필요하다. '대단히 이상한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으려면, 정치권의 결심이 일시적인 구호에 그쳐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최근 영화 <건국전쟁>을 보러 갔다가 휠체어 진입이 안 돼 고전하던 가수 강원래씨에게 영화관 직원은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그는 "결국 가족들만 영화를 보게 하고 집에 돌아왔다"고 자신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사진)에 적었다. 국민의힘은 13일 이같은 사례를 알리며 영화 상영관마다 좌석 1% 이상을 장애인 관람석으로 지정하도록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 비슷한 일을 목격한 적이 있다. 당시 기자는 한 복지 재단의 소개로 강원래씨와 장애와 관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장소로 섭외된 곳은 서울 강남의 한 5성급 호텔에 있는 식당이었다. 호텔 측은 "테라스 좌석이 뷰가 좋으니 그쪽으로 잡아두겠다"고 했지만, 막상 가 보니 '문턱'이 높았다. 단차 때문에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올라 갈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휠체어 진입이 가능한 다른 구석 자리로 부랴부랴 자리를 옮겼다. 잠시 후 강씨가 도착한 이후 상황은 더욱 암담했다. 그는 인터뷰 이전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다며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 있느냐"고 직원에게 질문했다. 그러자 직원은 "로비에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없다"며 "일반 화장실을 사용하면 휠체어 때문에 문이 잘 닫히지 않을 수 있어서, 우선 들어가면 직원들이 밖에서 문을 잡고 있겠다"고 답했다.
순식간에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강씨는 당시 "장애가 없는 사람에게도 문이 닫히지 않는 화장실에서 문을 잡아줄 테니 용변을 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호텔은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었으나, 장애인 입장에서는 불편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5성급 호텔'은 장애가 없는 이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이었다. 이번 영화관 사건을 보며 12년이 흐를 동안 여전한 '문턱'을 느꼈다. 대형 건물의 장애인 화장실이나 주차장 등의 설치는 많이 늘었지만 이 역시 보편화 된 건 아니다. 특히 영화관, 공연장 같은 문화 시설은 휠체어가 진입하기 어려운 곳도 여전히 많다. 서울 외 지방에선 더욱 그렇다.
국민의힘은 이날 영화 상영관별 좌석 1% 이상을 장애인 관람석으로 지정하도록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편의증진보장법'(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은 개별 상영관이 아닌 전체 영화관의 1%를 장애인 관람석으로 하도록 규정해 장애인 관람석이 없는 상영관이 대부분이었다는 설명이다. 시행령에 '구멍'이 있었던 셈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강씨가 극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가족들만 영화를 보게 한 일이 있었다, 대단히 이상한 일"이라며 "시행령 개정을 포함해 상식적인 세상이 되도록 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런 '구멍'이 영화관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10여년이 지나도록 장애인이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사회 이곳 저곳의 '문턱'을 찾아내는 일이 필요하다. '대단히 이상한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으려면, 정치권의 결심이 일시적인 구호에 그쳐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