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에코백을 돈 주고 사게 하라…MZ 사로잡은 역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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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파운드 창립한 정은정·조현수 공동대표

사무실 공유하던 중 의기투합
잡화에서 의류로 '역주행' 확장
매출 2배 껑충…300억대 기록
서울 여의도동 더현대서울에 있는 드파운드 매장에서 정은정(왼쪽)·조현수 공동대표가 브랜드 홍보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이솔 기자
“남들이 안 하는 걸 해보고 싶었어요. 6년 전까지만 해도 에코백(천으로 만든 가방)은 공짜 사은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걸 ‘돈을 주고 사고 싶게 하자’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중심을 옮긴 지도 오래다. 이런 때 오프라인 매장을 강화하며 매출이 두 배 넘게 늘어난 리빙 브랜드가 있다. 그것도 수수한 외관 때문에 소비자 눈길을 끌기 어렵다는 ‘에코백’으로 이룬 성과다. 의류, 액세서리, 접시 등을 다루는 기업 드파운드가 그 주인공.드파운드는 트렌드의 최정점에 있는 브랜드들이 한데 모였다는 서울 여의도동 더현대서울 지하 2층에서도 단연 두드러지는 존재다. 지난해에만 매출이 120% 늘며 단숨에 ‘300억원대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올해는 500억원이 목표다.

지난 8일 만난 정은정·조현수 드파운드 공동대표는 급성장의 배경으로 ‘역발상’을 꼽았다. 굳이 ‘내 돈 주고는 안 산다’는 에코백·달력을 팔기 시작했고, 잡화에서 시작해 옷으로 영역을 넓혔다. 오프라인 매장을 먼저 낸 뒤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는 일반적인 상식을 뒤엎은 ‘선(先) 온라인·후(後) 오프라인’ 전략도 먹혀들었다.

드파운드의 시작은 2016년. 사무실을 공유하는 지인 사이였던 정 대표와 조 대표는 ‘패션’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매개로 가까워졌다. 두 대표의 첫 작품은 에코백과 달력이었다. 차별화를 노리기 위해서였다. 조 대표는 “‘사람들이 돈 주고 사기 아까워하는 걸 사게끔 하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며 “에코백과 달력 모두 사은품으로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걸 예쁘게 만들어서 팔아보기로 했다”고 말했다.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선 우선 품질과 디자인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했다. 밤낮없이 공장을 돌아다니며 봉제, 마감 등 공정을 꼼꼼히 챙겼다. 품질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1000개가 넘는 물량이라도 전부 폐기했다.

에코백과 달력이 인기를 끌다 보니 ‘함께 입을 옷도 만들어달라’는 고객 요청이 빗발쳤다. 그렇게 맨투맨, 목도리, 코트 등 의류로까지 카테고리를 늘렸다. 지금은 전체 품목 중 의류 비중이 60%로 높아졌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유통망을 넓혀간 것도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점이다. 조 대표는 “한 외국인 관광객이 우리 가방을 사고 싶다며 사무실로 찾아온 게 오프라인 매장을 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후 한남동 쇼룸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백화점 5곳에 매장을 냈다. 더현대서울, 더현대대구,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 유명 백화점에 줄지어 입점했다. 백화점 입점 후 주 고객층도 30~40대에서 10~20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확대됐다. 신생 온라인 브랜드가 백화점에 진출할 수 있었던 건 2022년 11월 이뤄진 브랜드 인큐베이터 ‘하고하우스’의 투자 덕분이다.드파운드는 올해도 11개 오프라인 매장을 추가 출점할 계획이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