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자율적 전공 선택과 '무전공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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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원 한성대 총장한성대에서는 새로운 학년도가 시작될 즈음 다른 대학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 펼쳐진다. 매년 모든 트랙, 전공, 학과의 교수와 학생회가 넓은 체육관에 각자 부스를 만들어 신입생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전공에 대한 트랙 설명회를 개최한다. 학생들은 교육과정과 진로에 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교수는 학생들이 전공을 잘 선택할 수 있도록 질문에 열정적으로 답변한다.
한성대가 매년 신입생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이와 같은 설명회를 개최하기 시작한 건 학생들의 자율적인 전공선택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전공트랙제를 도입한 2017년부터다. 학문 간, 전공 간 장벽을 허물기 위해 학생들은 입학한 지 1년 뒤 전공트랙 2개를 자유롭게 선택한다. 이때 단과대학과 계열을 넘나드는 융합 전공이 가능하고, 트랙 정원에는 제한이 없다. 따라서 학생이 원하면 어떤 전공이든 언제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최근 교육부의 무전공 확대 정책에 대해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공 간 쏠림 현상이 발생해 기초학문이 고사하고, 학생 수가 늘어난 전공은 교육의 질이 저하되며 중도 탈락률도 높아진다고 우려한다. 한성대가 전공트랙제를 도입할 때도 이와 유사한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전공트랙제 도입 이후 한성대 전공 교육과정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꾸준히 높아졌고, 학생들의 학습역량은 향상됐다. 또 소위 취업이 잘 되는 인기 학과뿐 아니라, 학문 분야와 상관없이 취업률이 올라갔다. 학생들이 재학 중 스스로 전공을 선택하면서 전공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성대는 학생들이 선택하는 전공트랙에 정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따라서 학생들은 원하는 전공을 언제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전공 부적합 문제로 학업을 그만두는 학생도 줄었다. 결국 과거 학부제 경험을 근거로 자율적 전공선택, 무전공 확대가 중도 탈락률을 높일 것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전공트랙제 아래 한성대는 특정 전공에 학생이 많이 몰리면 교수와 강의실 등 교육 인프라를 최대한 지원한다. 또 우려와 달리, 일부 기초학문 분야의 전공은 이공계열보다 많은 학생이 선택한다. 한성대의 전공트랙제 도입은 혁신의 시작이었다. 학생들이 전공을 잘 선택할 수 있도록 각종 진로지도와 학생 상담을 확대하고, 최근 사회·산업 수요에 적합한 교육과정을 꾸준히 개발한 결과다.
이제 학과나 전공의 정원을 방패 삼아 학생들이 원하지 않는 전공을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선택하게 하는 시대는 저물었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촉발한 변화를 대학이 자율적 전공선택, 무전공 확대 같은 고등교육 혁신을 통해 수용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