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없었던 설 극장가…작년보다 43만명 감소한 220만명 그쳐

이승만 다큐 '건국전쟁'은 이례적 흥행 돌풍…유인촌 문체부 장관도 관람
올해 설 연휴 기간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은 관객이 지난해보다 40만명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나흘간(9∼12일) 전체 관객 수는 219만8천여명으로 집계됐다.

연휴 첫날인 9일 42만9천여명, 설 당일인 10일 52만7천여명, 11일 63만3천여명, 12일 60만7천여명으로 후반부로 가면서 관객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설 연휴 나흘간(1월 21∼24일) 관객 수는 263만3천여명이었다. 작년과 비교하면 올해 설 연휴 관객이 43만4천여명(16.5%) 감소한 것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보다는 집에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콘텐츠를 즐기는 풍토가 자리 잡아가는 걸 보여주는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설 연휴 대목을 노리고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대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 없었던 것도 관객 수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설 연휴 극장가는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교섭'과 '유령'의 경쟁 구도였다.

당시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교섭'은 나흘간 각각 87만2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올해 설 연휴 직전인 7일 동시에 개봉한 한국 영화 '도그데이즈', '데드맨', '소풍'은 각각 제작비가 100억원에 못 미치는 중소 규모 영화들이다. '도그데이즈'는 연휴 기간 20만여명을 모아 4위에 올랐고, '데드맨'(14만1천여명)과 '소풍'(13만6천여명)이 그 뒤를 이었다.
이번 설 연휴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영화는 지난달 31일 개봉한 티모테 샬라메 주연의 할리우드 판타지 '웡카'로, 나흘간 75만여명이 관람했다.

라미란·염혜란 주연의 '시민덕희'는 45만8천여명을 모아 2위였다.

이 영화는 지난달 24일 개봉했음에도 신작들의 공세에 밀리지 않는 저력을 보여줬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를 조명한 김덕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의 흥행이다.

지난 1일 개봉한 이 영화는 설 연휴 기간 23만6천여명이 관람해 3위에 올랐다.

누적 관객 수는 32만9천여명에 달한다.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는 이례적인 흥행이다.

연휴 마지막 날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극장을 찾아 '건국전쟁'을 관람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같은 날 극장에서 이 영화를 관람했다.

유 장관은 관람 후 "대한민국이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탄생에 큰 역할을 하신 이승만 대통령의 삶과 인생과 국가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역사적인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영화"라며 "많은 분이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설 연휴를 이틀 앞두고 개봉한 할리우드 첩보 액션 블록버스터 '아가일'은 연휴 기간 7만7천여명을 모으는 데 그쳐 7위에 머물렀다. '킹스맨' 시리즈의 매슈 본 감독 연출로 주목받은 걸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