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맞아?'…이준석에 등 돌리는 2030

'개혁 보수' 이준석에 열광한 이대남들
진보 진영 제3지대와 한배 타자 분노
"개혁 보수 집어치우고 진보 잡탕 하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수포자(수학포기자) 방지법' 발의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사진=뉴스1
보수와 진보의 화학적 결합을 단행한 초유의 신당이 탄생한 가운데,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의 핵심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2030 남성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정치 행보에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합리적 보수를 표방해온 이 대표에게 열광했지만, 그의 최근 행보에서 '보수의 정체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개혁신당·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원칙과상식 등 제3지대 4개 세력이 빅텐트를 펼친 지난 9일, 개혁신당 홈페이지에는 당원들의 불만이 빗발쳤다. 당원 A씨는 "개혁보수라는 말 집어치우고 그냥 진보 잡탕이라고 하길 바란다"며 "오늘 사진 보라. 개혁보수의 상징성이 어디에 있나. 정말 최악"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홈페이지에는 탈당을 요구하는 게시물들이 100개 이상 올라왔다.2030 남성이 주로 이용하며 이 대표의 온라인 핵심 지지 기반으로 평가돼왔던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서도 이 대표에게 실망했다는 반응이 속출하고 있다. '빅텐트 할 거면 진짜 왜 나온 거지?'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보면 한 네티즌은 "소신 지켜가며 불합리와 싸운 끝에 개혁보수를 내걸고 탈당한 건데, 상황이 여의찮다고 진보 진영과 빅텐트? 그럴 거면 국민의힘에서 숙였어야지, 왜 진보 진영에 굽히는 거냐"고 했다. 이 글에는 "국민의힘에서 싸우고 진보에 고개 숙인 자칭 보수정치인", "내부 총질 현실화" 등의 반응과 함께 200개에 가까운 추천을 받았다.
새로운미래 이낙연·김종민 공동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양향자 원내대표, 원칙과상식 이원욱·조응천 의원,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대표 등 제3지대 인사들이 설 연휴 첫날인 지난 9일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4개 세력이 합당해 4·10 총선을 치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 사진=연합뉴스
특히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과 한배를 탔다는 점에 분노하는 반응이 상당했다. 자신을 '이대남'(20대 남성)이라고 소개한 한 지지자는 지난 10일 유튜브 생방송에서 이 대표에게 "이대남인데 반(反) 페미 버리고 페미 코인 타시는 거냐"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신지예(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영입할 때는 그렇게 반대하더니 지금은 그보다 더한 세력들과 연합한다는 게 참 웃음 벨이 따로 없다"는 반응도 포착된다. 이 대표의 지지자인 김모(31·남)씨는 "합당 소식을 듣고 순간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큰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그래도 젠더 노선은 확실하게 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연주 시사평론가는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이 대표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세를 합쳐야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필요성에 의해 신(新) 개혁신당을 띄운 것이겠지만, 기존의 이 대표의 주 지지 기반이 상당히 흔들릴 가능성이 높고, 실체로도 나타나고 있지 않냐"며 "구(舊) 개혁신당이 신 개혁신당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지지층 입장에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또 "소위 이야기하는 '잡탕'이라고 이야기될 만하다. 기존 정당의 이념, 특성, 연령대 등 지향하는 바가 모두 다른 분들이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개문발차한 것 아니냐"며 "구 개혁신당에서 이 대표가 주도한 공약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 경찰·소방 공무원 여성 병역 의무화 등이 과연 이행될 수 있을까에 대한 현실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보수를 지키겠다'고 했던 탈당 직후의 변도 현재의 움직임과 일치하냐는 비판이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지난 12~13일 CBS 라디오(박재홍의 한판승부,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개혁신당의 기존 구성원 중 누구도 개혁 보수적 가치관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바른미래당의 유승민과 이준석이 갑자기 진보가 됐던 것은 아니다"라고 보수 정체성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또 "(합당 논의 과정에서) 류 의원 거취에 대해 배제 의사를 밝히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류 의원의 젠더관에 대해 제가 동의하는 부분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