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문턱 넘은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수혜주는 티웨이항공"

티웨이, 유럽 운항 노선 일부 넘겨받을 예정
제주항공은 아시아나 화물 사업 인수 후보

"티웨이 올해 매출 35% 늘어날 수 있어"
LCC가 기대감 부응하려면 시간 필요하단 지적도
사진=뉴스1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증권가에선 불확실성이 해소돼 대한항공의 기업가치가 오를 것으로 봤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양사 합병의 수혜주로는 티웨이항공이 꼽혔다. 유럽 4개 중복 노선을 이관받아 운항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14일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쟁당국 승인 절차와 티웨이항공의 유럽 4개 노선 취항은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보여 티웨이항공은 합병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앞서 EU 경쟁 당국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당국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매각 ▷티웨이항공에 유럽 4개 노선 이관을 담은 시정조치안을 이행하는 전제로 승인한 것이다. 양사의 합병은 이제 미국 경쟁 당국의 승인만을 남겨 두고 있다.

배 연구원은 "EU가 제시한 양사 합병 조건은 티웨이항공에 유럽 4개 노선(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의 운수권 및 슬롯을 이관하는 것"이라며 "현재 대한항공의 해당 노선의 운항 횟수는 주 23회로 파리(주 7회), 프랑크푸르트(주 7회), 로마(주 5회), 바르셀로나(주 4회)"라고 설명했다.

티웨이항공은 빠르면 6월부터 해당 노선에 취항할 예정이며, 대한항공으로부터 운항 가능한 여객기를 임대받고, 운항 승무원은 파견받을 예정이다. 주 23회의 운항 횟수를 만회하 위해서는 최소 8대 이상의 기재가 필요하기에 임대 여객기는 향후 늘어날 여지가 있다.배 연구원은 "티웨이항공은 최대 운항거리가 1만km 수준인 'A330-300'을 현재 3대 보유하고 있고, 올해 2대를 추가로 도입할 예정인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 러시아 영공으로 비행이 가능하다면 해당 기재로 해당 유럽 노선을 운항할 수 있다"며 "해당 노선은 연환산 기준 4500억~5000억원 수준의 매출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이는 올해 티웨이항공의 매출 추정치를 31~35% 증가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티웨이항공
아시아나항공도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은 6조9000억원 수준으로 현금성자산 1조5000억원 대비 과도한 상황이다. 아울러 차입금 2조원은 1년 내 만기가 돌아온다. 그는 "미국 당국이 합병을 승인하면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가 완료돼 7500억원을 확보할 수 있어 만기 차입금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대한항공도 합병 관련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어 긍정적이다. 배 연구원은 "티웨이항공에 유럽 노선 일부, 에어프레미아에 미국 노선 일부를 제공하고, 여객기를 해당 회사에 임대할 예정이지만, 향후 합병 시 비용 절감, 장거리 노선 경쟁력 강화 등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의 재무건전성은 매우 높은 상황이라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재무적 부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제주항공도 양사 합병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를 인수할 유력한 후보로 꼽히기 때문이다. 배 연구원은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이스타항공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현실적인 후보로는 제주항공이 유일하다"며 "제주항공의 화물 사업부 인수가 현실화한다면 사채,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면서 "현재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희망 매각 가격은 5000억~7000억원이며, 화물사업부의 부채는 1조원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제주항공의 작년 3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3500억원 수준으로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를 인수하는 데 자금이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티웨이항공, 제주항공이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대한항공의 유럽 중복 노선 사업을 영위할 후보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언급되고 있다"며 "단거리 비환승객 중심의 저비용항공사 사업모델은 환승객이 포함된 장거리 여객, 해외 화물 영업이 필요한 항공화물 사업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이어 "한국인 여행 비수기에도 장거리 여객 노선을 안정적으로 채울 수 있는 환승객 확보, 해외 항공화물 고객 확보 및 기존 고객 이탈 방지 등이 신규 사업의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