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더는 못 참아"…밸런타인에 머리띠 두르는 우버 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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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2시간, 英서 5시간 동시 파업 예정우버 등에 고용돼 일하고 있는 전 세계 배달 기사들이 밸런타인데이인 14일(현지시간) 대규모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저임금으로 인한 생계비 압박에 내몰린 이들은 연중 가장 바쁜 날인 이날을 골라 고용주에 “최대한 큰 손실을 입히겠다”는 목표다.
파이낸셜타임스(FT), CNN 등에 따르면 음식 배달 플랫폼 우버, 리프트, 도어대시 등에 고용된 북미 전역의 배달원 수천 명이 이날 시카고, 마이애미 등 10개 주요 도시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2시간 동안 주문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일부 배달원은 플로리다주·뉴저지주·텍사스주의 공항과 샌프란시스코의 우버 본사 앞에서 피켓 시위에도 나선다.미국 동부와 중서부 전역에 분포한 13만 명의 ‘긱 노동자’(초단기 노동자)를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단체 저스티스포앱워커스(Justice for App Workers)는 “우리는 매주 80시간씩 일하는 데도 겨우 먹고사는 형편”이라며 “이번 밸런타인데이에 공정한 임금과 안전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알렸다.
같은 날 영국에서도 딜리버루,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 우버이츠, 스튜어트 등에 고용돼 일하는 배달원 3000여명이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5시간 동안의 파업을 예정했다. 이들 긱 워커들의 공통적인 불만은 낮은 임금이다. 영국 지역 파업을 주도한 임시 노동자 단체 딜리버리잡UK(Delivery Job UK) 측은 “저임금과 폭력 등 위험이 가득한 배달 환경 속에서 배달원들은 불확실성과 빈곤에 노출돼 있다”며 “우리는 착취당하는 것에 지쳤고, 이젠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원한다”고 밝혔다. 영국에선 배달 기사들이 회사와 정식으로 고용 관계를 맺고 있는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들이 단체 교섭 등을 위한 노동조합을 조직할 수 없기 때문에 임시 조직을 꾸린 것이다.딜리버리잡UK는 이미 이달 초 수천 명의 배달원들을 동원해 런던, 브라이튼, 리버풀 등 영국 주요 도시에서 기습 파업에 나섰던 바 있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배달원들의 수익을 추적하는 앱 로데오에 따르면 파업이 지속된 5시간 동안 우버이츠 주문 건수는 50% 넘게 급감했다. 우버와 딜리버루는 각각 100만파운드(약 16억8000만원)가량의 손실을 봤다.
긱 경제 전문 데이터 제공업체인 그리드와이즈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우버 배달 기사들의 월평균 총소득은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로데오는 사용자 데이터에 기반해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 배달원들이 주문 한 건당 받는 평균 급여를 5.59파운드(약 9400원)로 산출했다. 우버이츠 배달원들의 경우 4.21파운드(약 7000원)에 불과하다. 각각 전년 대비 9%, 2% 낮아졌다.
딜리버리잡UK는 배달원들이 건당 평균 2.8~3.15파운드(약 4700~5300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본다. 보상 수준이 최소 5파운드까지 인상돼야 한다고 게 이 단체의 요구 사항이다.노동계에선 특히 우버 등 플랫폼 기업과 배달 기사들 간 수익 분배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7년간 우버 배달원으로 일해 온 조나단 크루즈는 FT에 “해가 갈수록 상황은 나빠지고 있으며, 사람들은 지쳤다”며 “고객이 지불하는 돈과 배달 기사들이 받는 돈 사이의 격차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젠 살아남기도 어려운 상태”라고 털어놨다.
다만 플랫폼 기업들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이들은 음식 배달 시장 포화로 점유율 경쟁이 격화한 탓에 수년간 적자를 내며 버텨 오는 처지다.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와 딜리버루는 작년 1~6월 각각 3억1700만유로(약 4542억원), 5760만파운드(약 970억원)의 세전 손실을 냈다. 그나마 우버가 지난해 연간 기준 첫 흑자를 달성했는데, 2009년 창립 이후 14년 만이다.
이들 기업은 노동 관련 규제에도 노출돼 있다. 미 뉴욕시는 작년 7월부터 음식배달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제를 도입하자 우버 등의 주가가 급락했다. 유럽연합(EU) 역시 플랫폼 노동자들을 ‘피고용인’으로 인정하고 이들이 각종 복지 혜택을 포함한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하는 지침을 잠정 합의한 것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된다.음식배달업체들은 배달원들과 우호적 고용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일제히 반박하고 나섰다.
우버 측은 “대다수 배달원은 우버 플랫폼을 통한 경험에 만족하고 있으며, 우버를 통해 돈 벌기를 선택하는 배달원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딜리버루는 “배달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연한 근무 체제와 매력적인 소득 창출원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튜어트도 “경쟁력 있는 수익 창출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저스트잇 측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다소 격하게 반응했다. 이 회사는 “평균적으로 배달원들은 런던을 포함한 전국의 최저 생활 임금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며 “많은 배달원들 근무의 유연성과 독립성을 원하지만, 이는 경쟁적이고 투명한 시장이 형성돼 있을 때만 가능한 얘기다. 현재 영국엔 이런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