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고통 '가려움증'…6주 이상 지속되면 질환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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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겨울철, 피부가 간질간질겨울철 건조해진 공기가 피부를 자극한다. 요즘처럼 건조한 날씨엔 가려움증(소양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가려움증은 피부를 긁거나 문지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불쾌하지만 흔한 증상이다.
건선·옴·아토피·노화 등 원인 다양
신장·간·당뇨 등 만성질환도 주요 인자
발병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 달라
요양병원 관련자는 옴 검사 필수
증상 심하거나 질환 있으면 검사를
○피부질환, 전신질환 등 가능성
만성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는 피부질환에는 피부건조증, 아토피피부염, 건선, 두드러기, 접촉 피부염, 편평태선, 결절성 소양증, 옴, 곤충 물림, 무좀 등이 있다. 전신 질환은 만성 신장질환, 만성 간질환, 담즙 정체, 당뇨병, 갑상샘 기능 항진 또는 저하증, 고형암, 백혈병, 림프종, 진성적혈구증가증, 빈혈, 후천성면역결핍증 등 다양하다.더불어 신경학적 원인인 다발성 경화증과 상완요골 가려움증, 이상감각등신경통, 대상포진 후 가려움, 강박반응성 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정신적 원인으로도 가려움증이 생긴다. 질환이 없더라도 우리 몸의 노화가 진행되면서 피부 건조, 피부 장벽을 구성하는 지질의 조성 변화, 피부 산도 증가, 피부 감각 신경 변화로 가려움증이 나타날 수 있다.김혜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가려움증클리닉 책임 의료진)는 “가려움증을 가볍게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이를 겪는 이들에겐 더없는 고통”이라며 “6주 이상의 만성 가려움증은 피부질환 외에도 조기 노화, 전신 질환, 신경학적 질환, 정신질환과 관련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려움증은 주로 자려고 누웠을 때, 난방이 강할 때,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불안한 상태에서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 김 교수는 “밤에는 긴장을 풀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기 때문에 가려움을 더 크게 느낄 가능성 있다”고 했다.또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자극은 많은 경우 피부에서 시작해 신경 전달 통로를 거쳐 뇌에서 인지한다. 뇌는 이런 감각을 화끈거리거나 따끔거리는 느낌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만성적으로 긁거나 문지르게 되면 상처나 피부가 단단하고 두꺼워지는 태선화, 구진이나 결절 모양으로 두꺼워지는 결절성 소양증을 보인다.
○원인에 따라 달라지는 치료
가려움증의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자세한 병력 청취, 약물 복용력 확인, 신체 진찰과 다양한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 가려움으로 병원을 찾게 되면 일반적으로 혈액검사, 알레르기 검사, 신장·간·갑상선 기능 검사, 소변검사, 흉부 엑스선 검사, 간염 및 매독,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항체 검사 등을 한다. 필요시 악성 질환 감별을 위한 선별 검사를 한다. 이외에 신경학적, 정신적 원인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밤에 잠을 설칠 정도의 심한 가려움,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검사가 꼭 필요하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 보호자이거나 간병인으로 일할 경우 옴 등에 대한 검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치료는 먼저 가려움증의 원인을 찾고, 원인 치료와 함께 증상에 따른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려움증 하면 항히스타민제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만성 가려움증은 항히스타민제의 효과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이때는 사이클로스포린, 메토트렉세이트와 같은 면역조절제, 가바펜틴이나 아미트립틸린과 같은 감각신경 조절제 등을 사용한다. 생물학적 제제인 듀필루맙, 오말리주맙, 야누스키나제 억제제 등 가려움증에 효과적인 신약도 있다.국소 도포제로는 스테로이드, 칼시뉴린억제제가 가려움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국소마취제, 캡사이신 크림과 패치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칼라민 로션과 멘톨 로션, 인트린직 아이비젤과 같이 쿨링 효과와 보습효과가 동시에 있는 도포제가 만성 가려움증 환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다. 광선치료도 염증 반응 감소와 신경 활성 감소를 통해 임신부나 약을 사용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의 가려움증 환자에게 안전하게 시도해 볼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전신 치료와 국소 치료는 가려움증의 원인과 양상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전문의와 상담해 환자마다 개별화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1차 약제로 쓰이는 항히스타민제는 일부 나른함, 피곤함, 졸림, 입이 마르고 쓴 증상이 있을 수 있지만 신약은 졸림 증상이 전혀 없다”며 “가려움증은 초기에 치료받으면 예후(치료 경과)가 훨씬 좋기 때문에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가려움증은 더울 때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얇고 가벼운 옷을 입고 피부를 시원하게 하는 것이 좋다. 장신구나 몸에 꽉 끼는 옷은 삼가고, 양모를 비롯한 자극적인 직물에 노출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또 긁는 행위 자체가 가려움증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긁기보다 냉찜질을 하거나 손바닥으로 문질러주는 것이 좋다. 손톱을 짧게 유지하고 잘 때 장갑을 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피부가 건조하면 가려움이 악화하기 때문에 뜨거운 열탕 목욕이나 때를 미는 습관은 자제하고, 보습제를 꾸준히 자주 바르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긴장과 불안도 가려움증 악화 요인에 해당한다. 잠을 충분히 자고 담배, 술과 같은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