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C 유전자검사 규제 완화…전문기업 이어 대기업도 속속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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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집에서 편하게 검사 가능국내 소비자 직접 의뢰(DTC) 유전자 검사 기업들이 검사 항목 확대와 소비자의 관심도 상승 등에 따라 활로를 찾고 있다. 올해부터 DTC 유전자 검사에 대한 주요 규제들이 대폭 완화될 예정으로 관련 시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병원 가지않고 앱으로 결과 확인
미성년자 검사 절차도 간소화
검사항목 확대 등 B2C 거래 늘 것
세계 시장 2030년 10조원 규모
롯데헬스케어·LG생건·아모레
인증 기업과 협업 통해 사업 확대
DTC 유전자 검사는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인증 대상 기업에서 유전자 검사를 받는 서비스다. 소비자들이 가정으로 검사 도구를 배송받아 체액 등을 채취해 보내면 유전자 분석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국내에서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유전자 검사 역량을 인증받은 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DTC 유전자 검사 기업은 랩지노믹스, 마크로젠, 엔젠바이오, 제노플랜코리아, 클리노믹스, 테라젠바이오, 지니너스, 인바이츠바이오코아, 메디젠휴먼케어, 엘에이에스 등 10곳이다.
○마크로젠·엔젠바이오 등 서비스 강화
마크로젠은 지난해 6월 유전자 검사 건강관리 플랫폼 ‘젠톡’을 출시했다. 젠톡은 탈모, 피부노화, 불면증, 카페인 대사, 콜레스테롤 농도, 모기 물리는 빈도, 체지방량, 코골이 등 129가지 검사 항목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대한적십자사와 협력해 약 5000명에게 젠톡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다음달 31일까지 총 2차에 걸쳐 응모한 헌혈자 중 추첨을 통해 젠톡 유전자 검사 이용권을 줄 예정이다.엔젠바이오는 모바일 기반의 헬스케어 앱 ‘나에’를 지난해 3월 출시했다. 고객은 나에를 통해 70여 개 항목의 유전자 검사와 장내 미생물 검사, 구강 미생물 검사를 신청할 수 있다.대기업들도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헬스케어는 테라젠바이오와 합작법인 테라젠헬스를 설립하고 지난해 9월 헬스케어 플랫폼 ‘캐즐’을 선보였다. LG생활건강은 테라젠헬스와 ‘본디스웨이 플러스’ 베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내 유전 체질과 현재 상태를 종합 분석하고 맞춤형 건강 습관을 제안하는 서비스다. 정식 출시 일자는 미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랩지노믹스와 피부미용, DTC 유전자 검사를 결합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의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랩지노믹스의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공급하고 유전자 검사와 피부 측정 결과에 따라 피부, 모발 관리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한다. 랩지노믹스 관계자는 “삼성전자, KB금융그룹, 뱅크샐러드 등 다양한 기업과 진단영역 및 마이크로바이옴 검사 등의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 데이터 2차 활용 가능해질 듯
전 세계 DTC 유전자 검사 시장은 2022년 17억1500만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19.6%씩 성장해 2030년 71억9100만달러(약 9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국내에 DTC 유전자 검사가 처음 도입된 건 2016년이다. 매년 검사 가격이 낮아지면서 DTC 유전자 검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여러 규제 탓에 DTC 인증 기업 대부분은 기업 간 거래(B2B)로만 사업 명맥을 유지해 왔다.이에 정부는 올해부터 DTC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복지부는 지난 2일 국내 DTC 인증 기업 관계자와 간담회를 열고 이른 시일 안에 유전자 데이터의 2차 활용이 가능하도록 관련 제도를 마련하기로 했다. 업계는 DTC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알게 된 정보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2차 서비스로의 연계가 가능해지면 유관 산업으로 시장이 빠르게 확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청소년 나이 제한도 일부 완화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상반기 미성년자 검사 절차 간소화 관련 연구용역을 한 뒤 하반기에 결과를 도출할 방침이다.한국바이오협회 산하 유전체기업협의회 회장을 맡은 최대출 엔젠바이오 대표는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 의지에 따라 규제들이 해소되면 DTC 유전자 검사 시장이 더욱 커지고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등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