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콜걸 때보다 주름진 50대에 더 섹시한, 마리아 벨로를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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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오동진의 여배우 열전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을 보면서 후반부에는 많이 찝찝했다. 영화는 좋았다. 다만, 꽤나 좋아하는 배우 마리아 벨로가 후반에 허리가 잘려 죽기 때문이다. 마리아 벨로는 여기서 미 전역의 체인 마트점 ‘포스터스’의 CEO 조던으로 나오는데 자신의 호화스러운 저택 내부에 설치된 강철방(패닉 룸 : 강도가 들어 오거나 재난 상황에 처했을 때 피신하는 방. 조디 포스터 주연, 데이빗 핀처 감독의 동명영화 ‘패닉 룸’을 생각하면 된다. 부호의 집에는 이런 패닉 룸이 꼭 있다….고 한다. 잘사는 사람만 알아 듣는 방이다.) 문에 끼어 허리가 잘린다. 영화적으로는 나름 통쾌했지만(워낙 못되고 스노비쉬하게 구는 돈 많은 여성 역이어서) 그래도 마리아 벨로가 저렇게 되는 건 절대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마리아 벨로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로서는 오랜 로망의 여성이었다. 그건 그녀에게서 기이하게도 ‘창녀의 느낌(?)’이 나서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편으로 마리아 벨로는 매우 우아하면서도 귀족적인 여성의 이미지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이런 것이다. 낮에는 댄디한 커리어 우먼 복장으로 회사 중역으로 일하고 저녁에는 남편 혹은 연하의 남자, 아니면 동성의 파트너와 함께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파티에 참석했다가 밤이 되면 캣 우먼 복장으로 상대의 등에 채찍이나 벨트를 휘두르며 사디스트 우먼이 될 것 같은 여자이다. 이런 상상은 모두의 욕망에 가까울 것이..다라기 보다는 특정 개인의 욕구에 해당할 것이다. 어쨌든 그런 삼중사중의 욕망을 채워 줄 것 같은 여자가 바로 마리아 벨로이다.
마리아 벨로는 최근의 넷플릭스 6부작 ‘성난 사람들’에서도 뜻밖에도 주인공인 에이미 롸우(알리 웡)의 올케 나오미(애쉴리 박)와 레즈비언 관계로 돌진한다. 그러면서도 에이미 롸우에게도 슬쩍슬쩍 추파를 던지는데 그녀가 에이미의 사업에 선뜻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몸짓, 눈짓을 눈치없이 도통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점도 있다는 식으로 그려진다.
마리아 벨로는 지금 57세이다. 늙었다. 그러나 여전히 모던하고 섹시한 미모와 몸매를 지녔다. 그녀가 처음 영화에 나왔을 때가 콜 걸 역이었다. 세기말 때인 1999년 멜 깁슨과 ‘페이 백’이란 영화에서 히어로인을 맡았다. 원래 이 ‘페이 백’은 리 마빈이 주인공이었던 ‘포인트 블랭크’가 원작이다. 1967년 영화이고 존 부어맨(맞다. ‘엑스칼리버’ 감독이다. 한때 잘 나갔다.)이 만들었다. ‘페이 백’은 원작 ‘포인트 블랭크’를 많이 바꿨다. 꽤나 폭력적이라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데 훨씬 섹시하다는 점이 다르다. 뒷골목 인생을 살아가는 포터(멜 깁슨)는 어느 날 14만 달러를 훔치치만 친구라고 믿었던 인간 빌(그레그 헨리)에게 배신당해 체포 당한다. 빌과 협잡한 것은 그 남자와 ‘붙어 먹은’ 아내 린(데보라 웅거)이다. 포터는 복수도 복수지만 14만달러의 절반, 자기 몫인 7만 달러를 되찾아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복역 후에 나와 보니 아내 린은 마약중독으로 침대에서 발가벗은 채 죽어 있다. 빌은 보이지 않는다. 7만 달러를 찾을 길이 없다. 그런 와중에 포터는 자신이 한때 운전기사 노릇을 했던 콜 걸 창녀 로지(마리아 벨로)를 찾아 함께 돈을 되찾을(페이 백) 궁리를 모색한다. 아마도 이 영화에서 봤던 마리아 벨로의 이미지가 너무 큰 탓이었을까. 이 여배우는 늘 섹시하고 늘씬하면서도 뭔가 사연이 많은 여인처럼 느껴진다.마리아 벨로가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초기 미드였던 ‘E.R.’시리즈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원래 조지 클루니를 대형 스타로 만들기 시작한 드라마였지만 마리아 벨로가 투입된 것은 클루니가 시리즈에서 빠지고 완전히 할리우드 영화권으로 넘어간 후이다. 마리아 벨로를 TV에서 다시 보기 시작한 것은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NCIS’ 시리즈 때문이다. 이 드라마에의 참여도 좀 늦은 편이다. 시즌 15부터 19까지 나왔다. 대략 2017년부터 2021년까지이다. 베테랑 선임 요원 역이다. 나이와 몸매, 헤어스타일, 단호한 성격 모두가 안성맞춤의 역할이었다. 마리아 벨로는 영화보다 TV가 더 잘 어울리는 면이 있다.
젊었을 때 출연했던 ‘코요테 어글리’도 그녀의 출세작 중 하나다. 술집 코요테 어글리의 젊은 여자 사장으로 나온다. 영화 ‘코요테 어글리’의 시그니처 장면인 바 위에서 술을 몸에 뿌려 대며 랩 댄스를 추는 여성들 중에 한명이다. 마리아 벨로가 맨 살에 가죽 조끼, 딱 붙는 가죽 바지를 입고 위스키 병을 돌리며 칵테일을 만들고 바 위에 올라가 몸을 흔드는 장면은, 그녀의 속 안에 꽤 큰 폭탄이 숨겨져 있음을 간파하게 한다. 2000년 작품이었고 그녀 나이 33살 때였다.마리아 벨로는 또 다른 이미지 곧 교양 있고 지식인처럼 보이게 하는 마스크 덕에 좋은 작품, 예술영화에도 꽤 이름을 올렸다. 할리우드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 중 한명인 폴 해기스의 ‘써드 퍼슨’에서 작은 역할로 나온다. 변호사 역이다. 이런 전문가 역도 잘 어울린다. 캐나다 출신의 거장 감독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2007년작 ‘폭력의 역사’에서는 어줍잖게 소영웅이 돼 갱단에게 가족이 위협을 받게 되는 남자 톰(비고 모텐슨)의 아내 에디로 나온다. 착한 아내, 강단이 있는 엄마 역도 잘 어울린다. 마리아 벨로는 이걸 해도 잘 하고 저걸 해도 잘 어울리는 진정한 씬 스틸러이다.잘 모르면 많이 헷갈리는 여배우이다. 킴 베이싱어의 육감적인 느낌에 나오미 왓츠의 청순미를 섞었다. 그 둘을 모른다면 마리아 벨로를 설명할 도리가 없다. 나이는 나오미 왓츠와 비슷하다. 마리아 벨로를 보면 '아, 저 여자 어디서 봤는데' 하면서도 이름이 늘 가물가물하다. 늘 그런 자신의 기억력을 탓하게 만드는 여배우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마리아 벨로의 이름 쯤은 기억하면 좋다. 그런 사람들은 이제 영화 매니아로 넘어 가는 허들 하나를 넘게 되는 셈이 된다.
늘 하는 얘기이지만 나이 먹은 여자가 보다 섹시하다. 아름다움의 본체는 눈가의 잔주름에 있다. 목이 늘어지고 얼굴에 주름이 지기 시작하면서도 머리는 길게 기르고 몸매 관리에는 성공한 여성, 마리아 벨로는 아마도 70까지는 러브 스토리 영화에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마리아 벨로 같은 여성은 70까지 연애하고 섹스해도 된다. 가능한 일이다. 같이 늙어가서 좋은 여배우가 있다. 마리아 벨로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