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살고 분양 받으면 된다?…'민간임대' 투자 주의보

부동산 프리즘

울산·인천 잇단 '주의' 공고
주택 사업계획 승인없이
회원 모집하는 사례 잦아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민간임대아파트’에 대한 경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특정 견본주택을 거론하며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주의 공고를 내걸 정도다. 분양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비교적 적은 돈으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광고에 혹해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도 민간임대아파트 투자를 결정하기 전 사업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울산 남구는 최근 주민에게 ‘민간임대주택사업 관련 주의’라는 제목의 공고를 냈다. 지역 내 새로 생긴 견본주택을 겨냥해 주택 공급 관련 인허가 진행이 안 된 사업이라는 내용이다.10년 장기 민간임대용 견본주택에서는 10년을 임대한 뒤 분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출자금 7000만원만 내면 가입 때 동·호수도 직접 지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자체에선 “주택건설 사업계획승인 및 임차인 모집 신고 등 행정절차가 이행된 바 없는 사업지”라며 “입주자나 임차인을 모집하는 게 아니라 사업 투자자(회원)를 모집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남구 관계자는 “견본주택도 위반 여부 등을 확인해 조치할 예정”이라며 “주민이 잘못 이해하고 구청에 문의하는 사례가 늘면서 공지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인천과 경기 화성 등 수도권 지자체도 잇따라 민간임대주택 광고에 대한 주의 공고를 냈다. 한 지자체 주택 담당자는 “국토교통부에서도 최근 임대주택 투자나 매매예약금 등에 대해선 임대보증금과 달리 우선변제권이 인정되지 않으니 안내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문제가 된 주택 광고 대부분이 이른바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이었다.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라 30가구 이상 민간임대주택을 지어 조합원에게 우선 공급하는 사업이다. 조합원은 10년 임대 후 살고 있던 주택의 분양권을 받는 식이다. 다만 투자자가 모이더라도 협동조합 설립과 조합원 모집 신고, 사업계획 승인 등의 인허가를 모두 거쳐야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협동조합이 설립되기 전까지는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조합을 설립한다고 하더라도 주택 인허가 절차는 별도로 진행된다. 조합을 설립하려면 임대주택 건설 부지 80% 이상의 사용 동의서도 확보해야 한다. 다수의 사업이 추진위 단계에서 무산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분양가 상승을 틈타 비슷한 형태의 투자자 모집이 늘고 있다”며 “임대사업자의 부도 위험이 커 대규모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