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카프카가 시도 쓴 것 아시나요…시전집 국내 최초 출간


카프카 시 116편 수록
직접 그린 드로잉 60점도
민음사 제공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강렬한 첫문장으로 유명한 <변신>은 프란츠 카프카(사진·1883~1924)의 대표 소설이다. 어느 날 갑자기 커다란 바퀴벌레로 변한 한 영업사원의 절망적인 이야기는 비인간적인 현실을 다소 그로테스크(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운)하게 묘사하는 카프카 소설의 특징을 잘 나타낸다.카프카는 <변신> 뿐 아니라 <선고> <어느 시골 의사> 등 소설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가 시도 썼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카프카 사후 100주년을 맞아 최근 출간된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망설임>(민음사)은 국내 최초로 카프카가 쓴 시 116편을 모은 시전집이다. 한국카프카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편영수 전주대 명예교수가 번역했다.
카프카는 청소년기인 1897년(14세)부터 세상을 떠나기 직전인 1923년(41세)까지 전 생애에 걸쳐 꾸준히 시를 썼다. 그가 쓴 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산문적인 특성을 강하게 띤다는 점이다. 카프카는 동일한 텍스트를 산문으로도 쓰고, 연달아 행과 연으로 구분해서 시로도 쓰곤 했다. 예를 들어 1920년에 쓴 다음과 같은 시다.

내 인생을 나는 보냈다, 삶을 파괴하는 것을 자제하는 것으로.내 인생을
나는 보냈다,
삶을 파괴하는 것을,
자제하는 것으로.

반대로 소설을 시처럼 쓰기도 했다. 카프카는 소설 <선고>에 대해 출판업자 쿠르트 볼프에게 보낸 편지에서 "<선고>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시"라며 "<선고>가 효과를 거두려면 그 둘레에 여백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책은 카프카의 짤막한 파편적인 시들을 각각 고독, 불안·불행·슬픔·고통·공포, 덧없음, 저항, 자유와 행복 등 5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류했다. 카프카는 "초원의 벤치에 두 팔을 아래로/축 늘어뜨린 채/두 눈은 슬프게 깜빡인다"(41쪽)며 내면의 깊은 불행과 슬픔을 이야기하는 한편, "아침/비바람이 몰아쳤던 밤이 지난 뒤./하늘과/가슴을 맞댄다./평화,/화해,/침잠."(179쪽)으로 자유와 희망을 노래한다.
민음사 제공
카프카가 직접 그린 드로잉 60점도 함께 수록돼 있다. 한때 화가를 꿈꾸기도 했던 카프카는 글자로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함을 종종 드로잉으로 표현하곤 했다. 주로 편지나 노트의 여백에 드로잉을 남겼고, 나중에 친구인 막스 브로트가 그 부분들을 오려내 컬렉션을 만들어 현재 약 150점 정도의 스케치가 전해진다. 인물의 표정과 동적인 자세를 자유롭고 단순한 터치로 묘사한 점이 특징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