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애플과 헤어질 결심?

벅셔해서웨이, 작년 4분기
비중 줄여…계속 매각할 듯

1000만주 매도…2.6조원어치
소비심리 둔화·중국발 악재 탓
셰브런 등 정유주 비중은 늘려
일부 매수 비공개…"은행주 추정"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사진)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가 지난해 4분기 애플 주식을 일부 줄이고 셰브런, 옥시덴털페트롤리엄 등 정유주 비중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화석 연료 사용이 증가할 것을 예상해 투자 전략을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

○버핏, 애플 팔고 정유주 사고

14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벅셔해서웨이는 이날 작년 4분기 말 기준 주요 주식 보유상황 내역을 제출했다. 벅셔해서웨이는 이 기간 애플 주식 1000만 주를 매도해 9억556만 주를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말 애플 주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19억2530만달러(약 2조5660억원)어치, 기존 보유량의 1%가량을 판 셈이다.

애플은 안정적인 이익 창출과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그동안 벅셔해서웨이의 최선호주로 꼽혀왔다. 벅셔해서웨이는 애플 지분율을 꾸준히 늘려 2016년 1.1% 수준에서 5.8%로 높아졌다. 그럼에도 최근 보유 주식을 일부 내다 판 데는 소비심리 둔화와 중국발 악재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애플은 지난 1일 작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중국 내 매출이 208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239억달러) 대비 13% 줄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아이폰 사용을 금지하는 등 중국 내 자국 제품 선호 성향이 강해진 여파다. 바클레이스를 비롯한 월가 투자은행(IB)들도 소비심리 둔화를 이유로 연초 애플 목표주가를 하향하기도 했다.스티븐 체크 체크캐피털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벅셔해서웨이가 매각한 애플 주식은 적은 양이긴 하지만 앞으로 애플을 계속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셰브런, 옥시덴털페트롤리엄과 같은 정유주 비중은 늘렸다. 벅셔해서웨이는 지난해 4분기 동안 셰브런 주식을 1584만 주 추가 매수해 1억2609만 주를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 전체 지분의 6.7%에 해당한다. 작년 3분기 말과 비교하면 보유 주식 수는 14.3% 늘어났다. 같은 기간 옥시덴털페트롤리엄 보유 주식은 8.7%가량 늘었다. 벅셔해서웨이의 옥시덴털페트롤리엄 지분율은 27.6%에 달한다.

미국 정부의 친환경에너지 정책과 중동 정세 불안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버핏은 정유주에 지속적으로 베팅했다. 특히 셰브런은 70%가 넘는 주주환원율과 안정적인 미국 내 석유 소비량 등으로 버핏의 선호주로 꼽혀왔다.

○일부는 매수 기밀 부쳐, “은행주 예상”

영화사 파라마운트글로벌과 HP는 대거 덜어냈다. 벅셔해서웨이는 작년 4분기 기준 파라마운트글로벌 주식을 기존 대비 32.4% 줄어든 6332만 주 보유하고 있다. HP는 직전 대비 77.7%나 덜어내 2285만 주에 그쳤다. 건설업체인 DR호튼은 작년 3분기 보유 중이던 596만 주가량을 전량 매도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며 전날 파라마운트글로벌 주가는 장 마감 이후 6.14% 급락했다.

월가에서는 벅셔해서웨이가 ‘기밀’에 부친 매수 종목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벅셔해서웨이가 기밀 처리를 요청한 것은 2020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작년 3분기 보고서에 벅셔해서웨이가 12억달러를 들여 ‘은행, 보험, 금융’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나와 있어 은행주를 추가 매수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