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두고 갈등 고조…사직·휴학·집회에 정부 "엄정대응"(종합)

서울아산병원 등도 전공의 사직서 제출 움직임…의대생 '동맹휴학' 추진
선배 의사들은 전국서 의대증원 규탄집회…"원점 재논의·철회 촉구"
교육부, 각 대학에 학사 운영 협조 당부…환자들은 "강대강 대치 멈춰달라"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는 의사들과, 집단행동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젊은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겠다고 선언하고, 예비 의사들인 의대생들은 동맹휴학을 추진하고 있다.

선배 의사들 역시 15일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인 정부 규탄 집회를 열면서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의사단체가 전면적인 파업 등 집단행동을 벌일 가능성은 작다고 보면서도, 만일의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환자들은 양측의 강대강 대치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 젊은 의사들 사직·의대생 동맹휴학…대전협 회장 사퇴에 '투쟁동력 상실' 평가도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는 20일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소속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다. 대전협이 향후 집단행동에 대한 뚜렷한 계획을 공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박 회장이 사직서 제출을 예고하자, 일부 전공의들은 혼란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박 회장의 사직서 제출로 '투쟁의 구심점'이 사라지고 혼란만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동시에 그의 사직서 제출이 전공의들에게 일종의 신호로 읽히면서 '개별적 집단사직' 물꼬를 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이 하나둘 사직서 제출에 대한 내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지난 13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사직 의사를 밝혔던 대전성모병원 인턴은 전날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대전성모병원이 속한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서울아산병원 전공의도 사직서 제출에 관한 뜻을 모으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광대병원 전공의 7명은 이날 사직서를 제출했다.

의대생들도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집단행동에 돌입할 태세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전국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동맹 휴학 참여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한림대 의대 4학년 학생들은 이미 정부의 의료 개혁에 반발해 동맹 휴학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다만 이날 한림대 의대 사무실에 접수된 휴학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휴학을 위해서는 학부모 동의와 교수 면담 등 과정이 앞서야 해 이른 시일 내 해당 절차를 모두 마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 선배 의사들은 전국서 동시다발 집회…"증원 규탄"
젊은 의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가운데 선배 의사 격인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집단행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의협 산하 전국 16개 시도의사회는 이날 곳곳에서 궐기대회를 개최해 정부의 의대 증원을 규탄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이날 저녁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의 의대 증원을 규탄하기 위한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투쟁의 선봉에 서겠다"며 "일방적인 대규모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원점에서 재논의하고, 이러한 국가적 혼란을 야기한 책임자의 문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현재 의대 증원을 저지하기 위한 비대위 체제로 운영 중이다.

의협 비대위는 오는 17일 첫 회의를 열고 의대 증원을 저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투쟁 방안과 향후 로드맵을 논의해 결정할 방침이다.

의협 비대위는 전 회원을 대상으로 집단행동 찬반을 묻는 투표도 재추진한다.

의협은 전공의와 의대생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해 함께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공의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변호인 등을 동원해 법률지원단을 꾸리기로 했다.
◇ 정부 "전공의 사직 등 집단행동 엄정 대응"…환자단체는 "강대강 대치 멈춰달라"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기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현장 점검 결과 진료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의사단체가 전면 파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박 회장 등 전공의들의 사직 의사에 대해서는 사실상의 집단행동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집단행동으로 판단될 경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박 회장의 사직서 제출에 대해 "이미 집단행동 교사 금지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에 이것을 회피하기 위한 투쟁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며 "정부는 어떤 경우라도 집단행동으로 번지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전공의 등이 파업해 병원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면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하고, '진료 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두 제도 모두 의사들의 반대가 심한 제도이다.

그러면서도 병원에서 가장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이고,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며 젊은 의사들 달래기에 나섰다.

복지부는 전공의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이고 양질의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현행 36시간으로 돼 있는 연속근무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전공의와 병원계 등이 참여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협의체'와 전공의를 전담하는 권익 보호 창구도 마련해 가동하기로 했다.

이날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조짐에 교육부는 각 대학에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학생들이 휴학을 신청했을 경우 학칙 등에 따른 절차와 요건을 명확히 확인해달라고도 당부했다.

휴학의 구체적인 요건은 학칙으로 정하게 돼 있는데, 동맹휴학은 학칙상 휴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정부와 의사들의 대치가 이어지는 데 대해 환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환자단체들은 이날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형국"이라며 정부와 의사들이 '강대강 대치'를 멈추고 대화와 해결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