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천지가 빨갛다… 흑백의 산수화를 적색으로 그린 이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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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현 작가의 '붉은 산수화'‘새빨간 산수화’
서울 성수동 갤러리 구조
이세현 전시 ‘Penetration’
3월 27일까지
흑과 백의 향연이었던 산수화의 세계를 ‘적(赤)’과 백으로 채우는 작가가 있다. 빨간색 산수화를 그리는 작가는 이세현이다. 이세현 작가가 30여 점의 신작을 들고 서울 성수동 갤러리구조에서 개인전 ‘Penetration(관통)’을 열었다. 붉은 산수화의 매력은 서양 미술계를 먼저 자극했다. 가장 먼저 영국이 이 작가를 불러줬고, 지난해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첫 개인전을 열였다. 유럽에서의 관심에 국내 미술계도 반응했다. 여러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그의 작품을 걸기 시작했다. 이 작가의 작업 과정은 일반적인 한국의 산수화와 다르다. 작은 부분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이들이 전통적인 산수화처럼 보이도록 구성한다. 자세한 묘사보다는 이상적인 풍경이 관념적으로 떠오르게 하는데 방점을 두는 일반적 산수화와 대조를 이룬다. 동양의 산수화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서양의 세밀한 묘사가 접한된 것이 이 작가의 화풍이다. 붉은 산수화는 군대 생활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군 복무 시절, 야간 투시경을 쓰고 풍경을 바라보면 온통 붉은색이었던 기억에 영감을 받았다. 북한과 맞닿은 비무장지대에서 근무했던 그는 분단이라는 역사적 아픔과 전쟁의 상처를 포탄, 군함, 무너진 건물 등으로 그림 안에 새겨넣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산수화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붉은 인물화도 등장한다. 특히 뒷편에 사람의 얼굴을 확대해 집어넣고, 하단에는 작게 정자, 나무, 촛불 등의 사물과 풍경을 그려넣었다. 그래서인지 멀리서 작품을 관람할 때면 사람의 얼굴이 마치 풍경을 비추는 태양처럼 느껴진다.
그는 이번 전시에 사람, 풍경, 허구의 세상 등을 빨갛게 그려낸 작은 그림들을 여러 점 내놨다. 액자 형태로 갤러리 벽에 이어붙인 형태로 관객에 선보인다. 가장 꽉 차 있어야 할 벽 중간이 뻥 뚫려 특이한 느낌을 자아낸다. 전시는 3월 27일까지 이어진다.최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