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대신 스포츠' 1200억 쓴다…OTT의 '이유 있는 변심' [김소연의 엔터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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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단 스포츠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해 충성도 높은 고객을 모집하겠다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OTT)들의 변화가 감지됐다. 이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로 드라마, 영화, 예능 등이 꼽혔다면 최근엔 독점 스포츠 중계로 충성도 높은 팬덤을 끌어들이겠다는 흐름이 돋보이고 있다. 국내에선 티빙이 올해부터 3년간 총 1200억원을 주고 한국 프로야구(KBO) 리그 중계권을 따냈다. 연간 400억원 규모다. 해외에서도 넷플릭스가 프로레슬링 10년 중계권에 6조7000억원을 투자한다는 소식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국내에서 스포츠 중계의 효과를 보여준 건 쿠팡플레이였다. 티빙, 웨이브에 비해 후발주자였던 쿠팡플레이는 배우 김수현, 장근석, 수지 등을 투입한 오리지널 콘텐츠 '어느 날', '미끼', '안나' 등을 각각 선보여 왔지만, 대중적인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하지만 해외 축구 등 각종 스포츠 중계를 시작하면서 팬들을 끌어모았고, 단숨에 국내 OTT 플랫폼 강자로 성장했다.2023 카타르 아시안컵 중계 역시 티빙과 쿠팡플레이가 각각 온라인 생중계를 했는데,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공개한 1월 주요 OTT 사용자·사용 시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쿠팡플레이와 티빙은 넷플릭스에 이어 나란히 2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용자 수는 쿠팡플레이가 805명으로 티빙 551만명보다 많았지만, 이용 시간은 티빙이 3248만 시간으로 쿠팡플레이 2021만 시간을 앞섰다. 특히 쿠팡플레이의 1월 이용자 수는 2023년 1월 대비 66.2%, 티빙은 같은 기준으로 25.4% 증가했는데, 이는 스포츠 중계권 효과라는 해석이다.
대형 미디어 기업들이 결합해 스포츠 중계 전문 플랫폼을 내놓는 것을 두고 미국의 엔터 전문지 버라이어티는 "기존의 스포츠 중계방송 세계를 뒤흔들 가능성이 높다"며 "세 회사가 뭉쳐 중계료를 지불하면서 새로운 중계 시스템이 갖춰지는 것"이라고 기대했다. 3사가 보유하고 있는 중계 권리는 미국 프로 스포츠 전체의 85% 정도로 알려진 만큼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넷플릭스는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인기 프로그램인 'RAW'의 10년 독점 중계권을 획득을 위해 50억 달러(약 6조7000억원) 이상을 지불할 것으로 알려졌다. NBC유니버설 산하 USA네트워크는 5년에 13억 달러(약 1조7000억 원)를 WWE에 지불하는 것을 고려하면 2배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유튜브는 미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꼽히는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일요일 경기 중계권을 획득하기 위해 7년간 매년 평균 20억 달러(약 2조6700억 원)를 내는 계약을 맺었고, 매달 구독료를 내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전 경기를 볼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브라질 프로축구를 볼 수 있는 상품도 출시했다.
애플이 운영하는 OTT 애플TV+는 미국프로축구(MLS) 시즌 시청권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방송가의 한 관계자는 "이제 스포츠 업계로 '쩐의 전쟁'이 이동한 게 아니겠냐"며 "이미 여러 플랫폼에서 스포츠 중계의 흥행력과 사업성이 입증된 만큼 이런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해 충성도 높은 고객을 모집하겠다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OTT)들의 변화가 감지됐다. 이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로 드라마, 영화, 예능 등이 꼽혔다면 최근엔 독점 스포츠 중계로 충성도 높은 팬덤을 끌어들이겠다는 흐름이 돋보이고 있다. 국내에선 티빙이 올해부터 3년간 총 1200억원을 주고 한국 프로야구(KBO) 리그 중계권을 따냈다. 연간 400억원 규모다. 해외에서도 넷플릭스가 프로레슬링 10년 중계권에 6조7000억원을 투자한다는 소식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국내에서 스포츠 중계의 효과를 보여준 건 쿠팡플레이였다. 티빙, 웨이브에 비해 후발주자였던 쿠팡플레이는 배우 김수현, 장근석, 수지 등을 투입한 오리지널 콘텐츠 '어느 날', '미끼', '안나' 등을 각각 선보여 왔지만, 대중적인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하지만 해외 축구 등 각종 스포츠 중계를 시작하면서 팬들을 끌어모았고, 단숨에 국내 OTT 플랫폼 강자로 성장했다.2023 카타르 아시안컵 중계 역시 티빙과 쿠팡플레이가 각각 온라인 생중계를 했는데,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공개한 1월 주요 OTT 사용자·사용 시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쿠팡플레이와 티빙은 넷플릭스에 이어 나란히 2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용자 수는 쿠팡플레이가 805명으로 티빙 551만명보다 많았지만, 이용 시간은 티빙이 3248만 시간으로 쿠팡플레이 2021만 시간을 앞섰다. 특히 쿠팡플레이의 1월 이용자 수는 2023년 1월 대비 66.2%, 티빙은 같은 기준으로 25.4% 증가했는데, 이는 스포츠 중계권 효과라는 해석이다.
"치솟는 제작비, 충성도 높은 스포츠로"
업계에서는 인건비, 특히 한류스타들의 출연료가 치솟는 것에 비해 이들이 내놓는 콘텐츠의 효과가 미비하다는 점에서 가성비 좋고, 효과가 확실한 스포츠 중계로 OTT 플랫폼들이 눈을 돌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티빙은 2020년 61억원, 2021년 762억원, 2022년 1192억원으로 연간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티빙이 프로야구 중계에 통 큰 배팅을 했다. 티빙이 제시한 연간 400억원은 기존 중계권료의 2배 가까운 금액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토종 OTT 1위 자리를 쿠팡플레이에게 뺏긴 티빙의 결단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포츠 중계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디즈니의 ENSP과 계열 채널,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와 폭스의 스포츠 전문 채널들도 올해 가을 공동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한다. 아직 해당 플랫폼의 이름과 구체적인 요금제 가격 등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디즈니와 폭스, 워너가 각각 3분의 1씩 지분을 소유한다.대형 미디어 기업들이 결합해 스포츠 중계 전문 플랫폼을 내놓는 것을 두고 미국의 엔터 전문지 버라이어티는 "기존의 스포츠 중계방송 세계를 뒤흔들 가능성이 높다"며 "세 회사가 뭉쳐 중계료를 지불하면서 새로운 중계 시스템이 갖춰지는 것"이라고 기대했다. 3사가 보유하고 있는 중계 권리는 미국 프로 스포츠 전체의 85% 정도로 알려진 만큼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넷플릭스는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인기 프로그램인 'RAW'의 10년 독점 중계권을 획득을 위해 50억 달러(약 6조7000억원) 이상을 지불할 것으로 알려졌다. NBC유니버설 산하 USA네트워크는 5년에 13억 달러(약 1조7000억 원)를 WWE에 지불하는 것을 고려하면 2배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유튜브는 미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꼽히는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일요일 경기 중계권을 획득하기 위해 7년간 매년 평균 20억 달러(약 2조6700억 원)를 내는 계약을 맺었고, 매달 구독료를 내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전 경기를 볼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브라질 프로축구를 볼 수 있는 상품도 출시했다.
애플이 운영하는 OTT 애플TV+는 미국프로축구(MLS) 시즌 시청권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보편적 시청권, OTT는 어떻게 되나
다만 일각에서는 OTT들이 나서 중계료를 높이고, 각기 다른 유료 요금제를 내놓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스포츠는 TV 큰 화면으로 본다", "중계는 공짜다"는 공식이 사라지고 OTT와 유튜브로 주요 경기들과 하이라이트 영상을 감상하는 추세가 두드러지는 것에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것. 실제로 2021년 쿠팡플레이는 도쿄올림픽 온라인 중계권을 확보하려 했지만,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불거진 후 흐지부지됐다.실제로 방송법에서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민관심행사로 지정된 스포츠 이벤트는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들이 스포츠 이벤트 중계권을 구매해 유료로 서비스하는 것은 법에서 규정한 보편적 시청권과는 관계가 없다. 이 때문에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제도도 보완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방송가의 한 관계자는 "이제 스포츠 업계로 '쩐의 전쟁'이 이동한 게 아니겠냐"며 "이미 여러 플랫폼에서 스포츠 중계의 흥행력과 사업성이 입증된 만큼 이런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