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로나 끝나면 대박"이라더니…440억 항공권 사기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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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노린 400억대 항공권 사기항공권 판매 수익을 돌려주겠다는 식으로 투자자를 모은 뒤 끝내 돌려주지 않은 400억원대 사기 사건이 벌어졌다. 전세 항공기 대여사업에 투자하면 매달 원금의 7~10% 수준을 수익금으로 준다고 약속하고 실제론 다음 투자자의 돈으로 지급하는 '폰지 사기' 수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기 투자하면 항공권 판매해 고수익 주겠다"
피해 금액 400억원대 다단계 '폰지사기'
1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동경찰서는 K 여행사 성모 대표와 일당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 중이다. 성 대표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부터 전세기를 대여해 선매수한 항공권을 판매해 수익금을 주겠다는 명목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은 뒤 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현재까지 피해 인원은 약 50명으로 피해 금액은 44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성 대표는 2017년부터 K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대형 여행사인 하나투어가 공식 인증한 대리점임을 내세웠고, 경기 평택시, 제주시 등 3곳에서 지점을 냈다. 그는 코로나19로 여행 업계가 침체했던 2021년 전세기 항공권을 선매입하는 방식의 사업을 기획했다. 투자자들에게 “코로나19가 끝나고 여행업이 활성화할 때 비싼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항공권을 판매할 것”이라며 “매달 원금의 7~10%를 수익금으로 분배하겠다”고 접근했다.피해자들은 건당 수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그에게 건냈다. 80억원 가량을 투자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 대표는 중간에 모집책을 여러명 두고 다단계 구조로 움직였다. 수익의 15%를 수수료로 선취하면 반반씩을 모집책과 나누는 구조였다. 투자자들에겐 투자 기간과 고액의 확정 수익금이 기재된 ‘차용 항공 계약서’를 작성해줬다.85%의 돈은 선발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돌려주는 데 쓰였다. 하지만 수익금 규모가 점차 커지자 지난해 9월부터는 지급을 중단했고, K사는 지난달 돌연 폐업했다. 성 대표는 "사업 규모가 이렇게 커질지 몰랐다"며 "모집책들에게 수익금의 대다수를 지급해 사실상 내게 남은 돈은 없다"는 식으로 피해자들에게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엔데믹' 투자 심리 노린 계획 범죄
여행 업계에 따르면 K사는 매출 상위권 업체로 통했다. 일본이나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단체 여행 등을 모집했는데, 한때 월 매출이 4억~5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성 대표는 자신의 대리점 한 곳을 폐업하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그는 2021년부턴 전세기 항공권 사업을 홍보하며 자금을 모았다. 항공권 사업이 궤도에 오르자 호텔 투자로로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피해자를 현혹하기도 했다. 사업 구조는 항공권 사기와 비슷했다. 비수기에 호텔을 대량으로 예약한 뒤 성수기에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해 수익을 낸다는 것이었다.대부분 피해자는 코로나 이후 여행 업계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투자금을 점차 늘렸다. 2021년 77억원 수준이던 투자액은 2022년 152억여원으로, 400억대로 커졌다. 피해자 김모 씨는 “성 대표는 2~3년 내 지금보다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식으로 설득했다”며 “처음에는 1억원 미만의 돈으로 투자를 시작해보다가 원금을 점차 늘려가게 됐다”고 했다. 그는 현재까지 투자한 15억 가량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