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가 160만원인데 매출이 60만원"…'무인점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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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사라진 '무인점포'…코로나 특수 끝나자 줄줄이 폐업
코로나로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경쟁 과열
서비스 적고 가격 경쟁력 떨어져
CCTV비용·도난 등 부담도 가중

지난 15일 서울 구로구의 무인카페 매장 앞에서 만난 점포 주인 이모씨(31)는 “적자를 견디기 힘들어 매장을 내놨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후 5시간 동안 이 카페에 들어선 손님은 두 명에 불과했다. 이 카페는 아메리카노 한 잔(작은 컵 기준) 값은 1500원, 카페라떼 가격은 2500원이다. 비교적 저렴한 편이지만 저가 프랜차이즈 카페가 생겨나면서 가격 경쟁력도 사라졌다. 이 카페 500m 근방에만 3개의 저가 커피숍이 더 있다. 그는 “인근에 저가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생겨나면서 적자 폭이 더 커졌다”고 했다.코로나19 유행과 인건비 상승 등의 여파로 점원 없이 주문 기계(키오스크)로 운영되는 무인점포들이 급증했지만 최근 매출 하락을 견디지 못해 폐업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매장이 최근에는 불과 수개월 만에 문을 닫는 경우가 흔할 정도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매장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고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을 맞이하면서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급속도로 줄었기 때문이다. 무인매장에는 직원이 없어 기계 고장이나 제품 품질 등 서비스에 불만족이 있더라도 이를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한다. 무인점포가 많은 업종인 카페나 슈퍼형 매장을 중심으로 불황형 소비에 강한 저가형 점포가 늘고 있다는 점도 경쟁력을 악화시킨다. 인건비 절감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던 무인점포의 장점이 희석되고 있는 것이다.150만명 이상의 자영업자가 가입해 있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무인점포를 양도한다’는 게시글이 다수 게시돼 있었다. 글 작성자들은 대부분 다른 일 때문에 바쁘다거나 이사를 하게 됐다는 등을 폐업 사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로는 경영 부담이 컸을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이 커뮤니티에도 “무인점포에 섣불리 도전했다가는 전기세도 건지기 힘들다”는 식의 주의를 환기하는 글이 올라왔다.
대학가에서 24시간 무인카페 겸 술집를 운영하다 최근 폐업한 유모씨(41)는 “코로나19 시기에 주변 매장들이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지 못하니 갈 곳 없는 대학생들이 몰려 장사가 잘됐는데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완전히 정반대가 됐다”며 “직원이 상주하는 매장처럼 관리가 되지 않고 이색적인 콘텐츠를 반영하기도 어려우니 주변 매장들과 경쟁이 안된다”고 전했다. 무인 아이스크림점 양도를 희망하고 있는 한 매장 사장도 “월세, 전기세에다가 CCTV, 도난·파손 비용 등을 고려하면 이익을 가져가기 쉽지 않다”며 “매출이 너무 안나오다보니 어린아이들의 작은 절도에도 민감해져 다툼이 잦아지는 점도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푸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