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살아있었다니…태국서 새살림을 차렸고, 국왕과도 친했다니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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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마지막 골프 레슨이 책은 골프책이 아니다. 자신과 아버지의 인생을 돌아본 책이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저자가 발달심리학 분야 저명한 교수라는 점이다. 또 그는 그가 아기일 때 아버지와 헤어져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윌리엄 데이먼 지음
김수진 옮김/북스톤
344쪽|1만8800원
윌리엄 데이먼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가 쓴 <아버지의 마지막 골프 레슨>은 회고록, 심리학, 가족사, 개인의 자아 발달 이야기를 모두 아우르는 독특한 책이다. 가족사를 풀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이 충만하고 의미 있는 인생을 만드는지 찾아 나선다. 데이먼 교수는 1944년 태어나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실종됐다. 유럽의 전장에서 작전 중 전사했겠거니 하며 살았다. 대학 때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듯 암호처럼 알 수 없는 말을 어머니에게서 짤막하게 듣긴 했지만, 그때는 이미 아버지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러다 한참 시간이 흘러 60대가 되었을 때 딸이 전화를 걸어왔다. 할아버지 이름인 ‘필립 데이먼’을 구글에서 검색해 봤더니 1980년대 말 케네스 맥코맥이라는 전직 외교관의 인터뷰 속에 할아버지 이름이 언급돼 있더라는 것이다.
인터뷰 속에서 필립은 미국 정부를 위해 일했고, 다른 여성과 결혼해 태국 방콕에서 살았던 것으로 언급됐다. 골프를 잘 쳤고, 태국 국왕 부부와도 친했다고 했다. 다발성 경화증에 걸려 지금은 하루 종일 침대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호기심이 동한 그는 늦은 나이에 아버지의 발자취를 다시 찾아 나선다. 발달심리학자의 눈으로 아버지의 성장 과정을 살펴본다. 아버지는 풍족한 집안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랐다. 하지만 응석받이로 자라 무책임하고 성실성이 떨어졌다. 저자는 이를 아버지의 고등학교 시절 기록에서 확인한다.
아버지는 학업 성적이 안 좋았지만 운 좋게 하버드에 들어갔다. 하지만 거기서도 학교를 성실히 다니지 않았고, 무슨 이유에선지 군에 자원입대했다. 저자는 뜻밖에도 군에서 달라진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한다.
저자는 책 중간중간 삶의 목적, 의미 있는 삶에 대해 말한다. 그가 평생 연구한 주제이기도 하다. 저자가 무능한 악당, 미성숙한 인간일 것으로 생각했던 아버지가 어떻게 자기 삶의 목적과 열정을 찾았는지 알게 된다. 자기 삶도 돌아본다. 인간이 후회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가지 않은 길’, ‘하지 못했던 선택’을 끊임없이 안타까워하며 거기에 얽매이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후회는 과거를 통해 교훈을 얻는 용도로만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메시지를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의 말을 인용해 전한다. “삶은 되돌아보야만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앞을 향해 살아 나가야 한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말도 인용한다. “앞을 내다보며 점을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점들을 이으려면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미래에는 어떤 식으로든 점들이 연결된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믿어야 합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